배우 김상경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기 위해 작품 선택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물론 정치색도 없지만, 늘 자신의 흥미를 자극하는 시나리오에 먼저 손이 갔고 그것을 대중에 재미있게 표현하고 알리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김상경은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리 영화가 방사능 비리을 다루지 않았나. 그래서 정치적 이슈를 타고 개봉을 하게 된 게 아닌가 하시는데 아니다. 원래 전 정부에서 개봉했어야 했다”라며 “그래서 요즘 (시청률이 높은)‘뉴스룸’이 인기라 나가면 어떨까 싶지만 부담스럽다. 기사의 댓글에 보니 옛날 정부 때 일어난 게 아니냐고 언급을 하시기도 하더라. 우리 영화는 정치와 무관하게 보시는 게 좋을 거 같다. 기사로 보는 것 보다 영화로 볼 때(사건의 인지와 진실 파악에 대해)확 오지 않나. 방산비리를 영화를 본다면 감정 이입이 잘 되니까(좋을 거 같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1급기밀’은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외자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2009년 해군 납품 비리 등 의혹을 폭로한 세 가지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된 영화이다. 일명 ‘군피아’와 사회고위층이 연루된 방산비리를 소재로 다뤘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극한다.
김상경은 “작품선택에 있어서 전혀 정치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홍기선)감독님이 오랫동안 준비하셨다. 만약 탄핵이 안 됐으면 박근혜 정부에 개봉을 했어야 했다. 저는 정치적인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재미있어서 선택했다"고 강조하면서 "‘화려한 휴가’를 할 때도 정치적인 입장 때문에 선택한 게 아니라, 팩트에 따라, 시나리오에 감정이입이 잘 돼 선택을 했었다. ‘내가 진보냐, 보수냐’라는 생각으로 한 건 아니다. 시나리오에 있는 내용이 재미있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한 거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출연할 작품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흥미 위주의 작품이 될 거라고.
그러면서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어머니대 나이라서 거의 보수적인 분들이 많으시다. 저한테는 정치적 견해에 관계없이 다 소중한 팬들인데, 제가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드러내진 않는다"며 "이렇게 합리적으로 얘기하니 진보인가 싶기도 한데(웃음), 합리적인 보수나 진보도 있다”라고 정치적인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이 영화는 국익이라는 미명으로 군복 뒤에 숨은 집단에 맞서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따라간다. 김상경이 연기한 항공부품구매과 중령 박대익은 투철한 정신을 지닌 탐사보도 전문기자 김정숙과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이 과정에서 추격전 못지않은 긴박한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 당시 10점 만점에 9.5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았고, 서울에서의 모니터 시사회에서도 찬사를 받으며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영화로 급부상했다. 각동 시사회를 통해 영화적 완성도와 연출력, 배우들의 혼이 실린 연기로 메시지와 재미까지 두루 갖췄음을 입증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이 사회적 문제를 다루셨으니 정치색이 입혀질 수밖에 없을 텐데 저는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정치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식사 후 치약을 많이 쓰지 마라. 생각보다 건강에 안 좋다’라는 일상적인 얘기나 군대 얘기를 많이 했다"면서 "저는 감독님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 않기 위해 전작도 안 봤다. 편집은 다른 분이 하셨지만, 홍기선 감독님이 상업영화로서 대중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방산비리를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려고 하셨던 게 근본적인 연출 계기였다"고 대신 설명했다.
‘1급기밀’은 김상경의 영화 ‘살인의뢰’(2015) 이후 3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며 ‘살인의 추억’ 이후 다시 한 번 실화극에 도전해 자신만의 인간미 넘치는 매력을 드러냈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사진] 국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