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새 사장이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대로된 MBC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승호 사장은 17일 오후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MBC가 지향하는 방향성과 시사교양을 비롯해 드라마, 예능 등 전체적으로 달라지는 점 등을 직접 설명했다.
최승호 사장은 "드라마가 그동안 외주 제작으로만 됐는데, 자체 기획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래서 자체 기획 드라마들이 나올 예정이다. 취임 당시에 드라마 숫자도 줄이겠다고 했는데, 오후 일일드라마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예능 프로그램도 파일럿을 과감하게 많이 만들 예정이다. 취임할 당시 PD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겠다고 했다. 이번 설부터 파일럿 프로를 대거 만들 거다. 봄 개편부턴 예능에도 시즌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선보일 새 예능을 비롯해 기존 인기 예능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 등도 시즌제 도입에 해당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내에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또, 일일극은 120부작으로 제작된 '전생에 웬수들' 이후 폐지된다. 오는 5월 이후에는 오후 일일극이 사라진다.
이에 대해 최승호 사장은 "중단 이유는 MBC가 드라마가 너무 많다. 다른 곳보다 더 많은 편이다. 제작비 문제와 인력 문제가 동시에 생긴다. 일일드라마보단 제대로된 16부작 미니시리즈를 더 만들어서, PD들이 기회를 얻어 실력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한다"며 이유를 공개했다.
최승호 사장은 배현진 아나운서와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던 배현진 아나운서는 지난해 파업 종료를 기점으로,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 보도국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그는 "구체제 MBC 뉴스에 대단히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배반하고, 공영방송으로 믿음을 저버렸는데, 그 뉴스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 배현진 아나운서다. MBC가 공영방송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또 다시 그 분이 뉴스의 중심에서 활동할 수 없을 것 같다. 계속 MBC에서 일하길 원한다면, 이런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 본인이 어떤 일을 해보고 싶다는 취지가 있으면, 그 뜻을 감안해서 추후에 결정해야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김성주에 대해 최승호 사장은 "김성주 전 아나운서는 그동안 MBC를 위해서 큰 기여를 해줬다. 고마운 분이다. 앞서 MBC 내부에 자사 스포츠 캐스터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에도, 회사 경영진들이 자사 캐스터들을 배제했다. 그러면서 김성주 캐스터가 활약했는데, 그 분을 과도하게 활용한 측면이 있다. 본인도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부턴 내부 캐스터들이 돌아와서 활약할 예정이다"고 알렸다.
이외에도 MBC 측은 그간 가장 많은 탄압을 받았던 시사교양본부를 재정비했다. 쫓겨나 흩어졌던 기자들도 유배지에서 보도본부로 복귀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신개념 토크쇼와 주진우, 배우 김의성이 진행을 맡은 신개념 탐사보도 프로그램 등을 선보인다.
최승호 사장은 "8년간의 혼란 속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싸움을 겪었고, 빼앗겼던 방송의 자유를 복원해서 다시 시작하는 감격적인 순간이다. 그러나 방송계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MBC 상황을 더욱 좋지 않다. 매체 환경 변화로 방송 광고는 점점 줄어들고, 방송 제작에 들어가는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프로그램을 살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신뢰를 되찾는 게 MBC가 해야할 일이다"며 각오를 단단히 했다./hsjs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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