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시작 전부터 요상했다. 박해수가 맡은 김제혁 캐릭터의 원톱 체제인데 주변 인물들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사람 사는 이야기에 주목해 달라 했기 때문. 아이러니한 설명은 지난해 11월 22일 첫 방송 이후 절로 이해가 됐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특급 야구 선수 김제혁이 성폭행 당할 뻔한 여동생(임화영 분)을 구하려다 뜻밖의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맞이한 인생 2막을 담았다. 주인공이 구치소와 교도소에 수감되며 지낸 1년여의 이야기를 16부작으로 풀어냈다.
덕분에 사극 못지않은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했다. 김제혁을 중심으로 가족들, 친구들, 연인, 동료 야구 선수들, 무엇보다 구치소와 교도소에 수감되며 만난 동료 재소자들, 교도관들이 이야기를 채웠다. 아주 작은 조연들에 아역까지 110명이 넘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디랄 땀따드데요"-"난 고통을 느끼지 않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배우 박호산과 이규형이다. 두 사람은 각각 문래동 카이스트와 해롱이 유한양 역을 맡아 극의 재미를 책임졌다. 혀 짧은 발음의 매력남 박호산과 전작인 '비밀의 숲' 속 윤과장을 완벽하게 지운 이규형의 내공은 빛났다.
이들과 함께 2상6방에 수감돼 있던 이들 모두 시청자들의 고른 사랑을 받았다. 유대위 역의 정해인은 완벽한 대세 청춘 배우로 거듭났고 고박사 역의 정민성과 김민철 역의 최무성, 장발장 역의 강승윤도 드라마의 든든한 한 축을 담당했다.
◆러브라인도 굿
첫 드라마 주연을 맡은 박해수는 특별한 매력을 지닌 김제혁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교도소 내 브로맨스(?)는 두말할 것 없었고 김지호 역의 정수정과 다정한 러브라인으로 핑크빛 무드를 더했다. 둘의 러브라인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또 다른 묘미였다.
또 하나의 러브라인은 바로 정경호와 임화영. 각각 김제혁의 절친 겸 교도관 이준호와 김제혁의 여동생 김제희로 분한 두 사람은 꽁냥꽁냥 알콩달콩 시작하는 연인을 그리며 보는 이들을 절로 미소 짓게 만들었다.
◆이게 바로 조연의 힘
신원호 PD의 안목은 이번에도 옳았다. 성동일, 최무성 등 믿고 보는 '응답' 식구들 외에 뉴페이스들을 대거 발굴하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비단 박해수, 박호산, 정민성, 정해인, 이규형 같이 굵직한 배역이 아니었더라도 말이다.
건달 역의 이호철은 구치소에서 김제혁을 위협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의 똘마니였던 안창환은 김제혁의 수발을 들며 반전의 묘미를 안겼다. 법자 역의 김성철, 이준돌 역의 김경남은 감초 캐릭터로 극 중간중간 감칠맛을 더했다.
점박이 역의 최성원과 팽부장 역의 정웅인은 다시 한번 이름값을 해냈고 염반장 주석태, 교도소장 안상우, 나과장 박형수, 송담당 강기둥, 유한양 엄마 염혜란, 김민성 역의 신재하, 비리 이부장 역의 최연동, 한양의 남친 김준한 등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조·단역 배우들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탄탄하게 완성시킨 일등공신들이다. 버릴 것 하나 없이, 허투루 그려진 인물 하나 없이 배우들 모두 제 몫을 200% 해냈기에 시청률 10%대 벽을 훌쩍 뛰어넘은 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남긴 캐릭터는 모두 주옥 같다. /comet568@osen.co.kr
[사진]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