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일의 신곡 '세이 예스'가 MBC와 SBS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가사에 부적절한 표현이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KBS의 심의는 통과했다. 이는 또 무슨 이유에서일까.
정준일은 16일 전 음원사이트를 통해 두번째 미니앨범 '엘리펀트'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세이 예스'는 일찌감치 심의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데, 'X같은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가사에 비속어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준일과 소속사가 직접 "표현의 자유만큼 듣는 사람의 권리도, 걸러내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밝혔을 만큼, 이들은 부적격 판정을 예상하고 있었고 또 겸허히 수용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KBS만큼은 심의를 통과시켰다. 달리 말하면 KBS의 방송과 라디오에서는 이 비속어가 들어간 가사를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KBS가 유난히 심의규정이 느슨하고 관대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프라이머리의 신보에서 EXID 솔지가 부른 '다이어트'라는 곡은 KBS 심의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강제 Diet 같아'라는 가사가 '다 X같아'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속어로 들릴까봐' 심의 부적격 판정을 내릴 정도로 까다로운 KBS가 정작 진짜 비속어가 들어간 노래에는 적격 판정을 낸 것이다.
KBS 심의국이 노래를 과연 제대로 들은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KBS의 심의는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시쳇말로 '별 것도 아닌걸로' 부적격 판정을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가수도 부적격을 받아들인 '세이 예스'에는 적격 판정을 내렸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미 이해가 어려운 상황은 발생했다. 이를 그대로 내버려둬도 웃기고, 번복하더라도 웃긴 상황이 나왔다. 과연 KBS 심의국은 정준일의 '비속어 신곡'에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까. 흥미로운 흐름이다. /jeewonjeo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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