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가 박원순 서울시장마저 자신의 스타일대로 ‘탈탈’ 털었다. “예능은 예능으로 봐달라”던 이들의 약속은 그야말로 ‘라디오스타’스럽게 이루어졌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신과 함께!인 줄’ 특집에서는 김흥국, 박원순, 김이나, 고장환이 출연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띄는 조합은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흥국의 만남이었다. 김흥국은 ‘라디오스타’에서 “나는 보수야”라는 말을 해 유명한 ‘짤’을 탄생시킨 주인공이었고, 박원순 시장은 진보 성향의 인사였다. 그런 두 사람의 ‘라디오스타’ 합동 출연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이목을 끌었던 바.
김흥국은 박원순 시장 앞에서 “난 정몽준 회장님 라인이지 않냐. 그래서 처음엔 출연을 거절했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물론 존경하는 분이고, 오늘 같이 들이대지만 MJ가 집에서 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며 예측불허 토크를 선보였다. 솔직한 김흥국의 심경에 박원순도 그만 폭소할 수밖에 없었다.
박원순도 이날만큼은 시장이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예능 도전에 나섰다. 그는 “노잼인데 유잼이라 우기시는 분”이라는 김구라의 말에 “난 예능감 좋다”고 응수하는가 하면, “오늘 김구라씨 자리 차지하러 왔다”는 무리수를 투척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원순은 “지코에게 랩 전수를 받았다”며 개인기를 준비하기도 하고, 고장환의 SNS 팔로워 수를 질투하는 등 예능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선거 앞두고 일부러 나온 거 아니냐”는 MC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는 “오늘 신문 안 봤어요? 여론 조사 게임 끝났던데”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고, 아들 딸 근황을 묻는 질문에는 “고생을 좀 했지만 다 해결되고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인이 아닌 ‘화제인물’로 ‘라디오스타’를 방문한 박원순은 김흥국과 ‘호랑나비’ 합동 무대를 만들며 대통합을 형성해 끝까지 웃음을 줬다. 김흥국은 박원순에게 가수협회와 서울시의 MOU를 제안하는가 하면, “만나고 보니 너무나 좋은 분이다”라며 자신이 박원순의 철벽방어를 자처하고 나서 눈길을 모았다.
그야말로 하나의 ‘예능 대통합’ 무대였다. 박원순 시장의 섭외로 한동안 시끄러웠을 때에도 “방송으로 확인해달라”며 자신감을 보였던 ‘라디오스타’가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라디오스타’의 한영롱 PD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의 섭외에 대해 “색 변주의 첫걸음”이라며 “예능으로,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를 남긴 바 있다.
한 PD의 ‘예능으로 봐달라’는 부탁은 정치인을 정치가 아닌 예능으로 풀어내겠다는 자신감이 깃든 말이기도 했다. 박원순도 ‘예능인’으로 만들고, 근황부터 악플까지 탈탈 턴 ‘라디오스타’는 변함없이 그들의 톤앤매너를 지키고 있었다. / yjh0304@osen.co.kr
[사진] ‘라디오스타’ 홈페이지,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