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못했던 예상 밖 조합이다.
배우 이일화와 양동근이 영화 ‘천화’(감독 민병국)를 통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 모두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할 땐 그 누구보다 대담하고 자유롭게 연기 혼을 불태웠다.
18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천화'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돼 이일화, 하용수, 이혜정, 정나온, 남민우 등의 배우들과 민병국 감독이 참석했다. 안타깝게도 이날 양동근은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로 불참했다.
‘천화’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의 인생을 바라보는 요양사와 그녀의 곁에선 한 남자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일화는 노인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사 윤정을, 양동근은 한량 같은 아티스트 종규를 소화했다.
사실 ‘천화’라는 작품은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인물들의 말과 행동, 꿈과 현실이 난해하게 엮여 있어 관객들이 보는 것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빛을 이용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책임진다.
하지만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사람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인데, 그것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삶을 향한 집착과 욕망은 뗄 수 없다는 의미 말이다. 이 영화는 경계가 모호한 지점에 선 추상적인 것들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죽음 안에 삶이 들어 있고, 삶 안에 죽음이 숨 쉬고 있음을 대조와 역설의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민병국 감독은 “제가 만들었지만 남의 것처럼 낯설다(웃음). 배우들이 명확하게 설명을 잘 해주셔서 정리가 되는 것 같다”며 “천화라는 단어는 죽음을 나타내는 불교적 의미다. 우리 영화의 영어 제목이 ‘어 리빙-빙(A Living Being)’인데 창세기에 나오는 생명이라는 뜻도 지녔다. 제목에서부터 삶과 죽음이 나타나며 서로 상충되고 있다. 살고 죽는 것은 딱 선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의미로 제목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죽음은 무엇보다 두려운 일이다. 그것은 미처 알지 못하는 세계의 문을 여는 것처럼 두려운 순간이다. 더구나 우리는 어떤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고, 그의 죽음 이후 펼쳐지는 상황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어느 순간 그 상황이 내 앞에 불현듯 도래하리라는 예감 때문에 두렵다. 그리고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슬픔을 남긴다. ‘천화’ 역시 아름다운 영상미와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이를 역설한다.
이일화는 “23년 만에 주연을 맡아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노출이나 흡연신에 대해 걱정했는데 영화를 보니 왜 걱정했나 싶을 정도로 잘 나온 것 같다. 앞으로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소통이 단절되고 위로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양동근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몸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기자간담회에 불참했다. 제작자는 “양동근씨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병원에 가는 바람에 오지 못하셨다”고 양해를 구했다./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