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빵생활' 밝게 하려고 했죠"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남자 주인공이 남자 교도소에서 남자 재소자들과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자 캐릭터는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정수정은 이 드라마를 택했고 신원호 PD의 지휘 아래 여주인공 김지호로 완벽하게 분했다.
에프엑스 크리스탈이라는 타이틀이 아닌 '슬기로운 감빵생활' 여배우로서 정수정을 만났다. 똑 단발에 발랄한 목소리, 정수정은 브라운관에서 튀어나온 김지호 그 자체였다. 이 역할 덕분에 한층 더 밝고 명랑해진 정수정과 나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본다.
◆"분량 적은 '감빵생활', 하길 잘했어요"
정수정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응칠' 정은지, '응사' 고아라, '응팔' 혜리에 이어 신원호 PD의 여자가 됐다. 남자 캐릭터 위주의 스토리였지만 분량보다 중요한 경험을 위해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택했다고. 그의 선택은 옳았다. 정수정은 적은 분량에도 여주인공으로서 제몫을 200% 해냈다. 칙칙한 교도소 이야기 속 핑크빛 무드는 그의 몫이었다.
"신원호 감독님과 첫 미팅에선 마음을 비우고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연락이 바로 없길래 기대를 안 했는데 두 번째 미팅에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땐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더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과 눈빛 교환하는 걸 봤죠(웃음). '자주 볼 테니까 말 놓을게' 하시더라고요.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걸 느꼈어요."
"지호는 전작인 '하백의 신부' 속 무라와 정반대인 캐릭터라서 끌렸어요. 그리고 작품 자체에 배울 게 많아 보여서 끌렸죠. 제 분량이 없어도 마음이 가는 작품이었거든요. 걱정이 많은 편이라 많이 고민했지만 하고 나니 잘했다 싶어요. 훌륭한 작품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소중한 추억이랍니다."
◆"박해수, 배려 넘치는 파트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주인공 김제혁 역의 박해수를 비롯해 박호산, 정민성, 이규형, 김성철 등 TV보다 연극 뮤지컬 같은 무대 출신 배우들이 많다. 연기 경력이 쟁쟁한 선배들 속 정수정은 귀여운 막내 여동생이었고 무엇보다 아이돌 출신이기에 연예인들 속 연예인이었을 터. 정수정에게는 에프엑스 멤버들과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
"처음엔 엄청난 배우 선배들 사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첫 회식하고 분위기를 딱 알았어요. 친해지고 싶고 알아가고 싶었죠. 여자인 임화영 언니랑 가까워지면서 다른 분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졌는데 다른 작품도 너무 좋았지만 이번 작품은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모두가 가족 같았거든요."
"제가 막내이고 여자니까 먼저 다가와주셨어요. 나형수 오빠는 에프엑스 노래 좋아했다고 '뉴에삐오' 얘기를 꺼내시더라고요(웃음). 남자 친구인 박해수 오빠는 당연하고요. 배려가 넘치는 분이라 현장에서 편했어요. 실제 연인처럼 스킨십 연기를 해야했는데 낯설지 않았고요. 해롱이, 카이스트, 준돌, 준호, 법자 캐릭터들 다 좋았어요."
◆"사람 만나는 것, 이제 두렵지 않아요"
정수정은 에프엑스로 활동하며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를 대표했다. 하지만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김지호는 제혁만 바라보고 배려하는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여대생. 이를 연기하며 정수정 역시 소탈하고 쾌활한 매력을 발산했다. 알고 보니 인간 정수정도 그러했다.
"지호는 제혁만 진득하게 바라보며 배려하는 편인데 실제 저도 비슷해요. 저도 누구를 만나면 그렇게 배려하려고 노력하거든요.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요. 차가워보인다는 얘기를 듣기 전까지 스스로 밝다고 생각했는데 신원호 감독님이 '사람들에게 의외로 밝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웃으려고 했죠."
"워낙 어렸을 때 데뷔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두려움이 컸는데 이번에 촬영하면서 언니 오빠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얘기를 들으니 설레고 재밌더라고요. 이번 작품 덕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연기 외적으로도 정말 많이 배운 작품이에요. 언니 제시카는 몰아서 보는 스타일이라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웃음)." /comet568@osen.co.kr
[사진] SM,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