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을 본 관객들이 남긴 후기를 보면 박정민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자폐 2급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청년 진태 역을 맡았는데, 어눌한 말투부터 끊임없이 움직이는 손 움직임까지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했기 때문이다.
박정민은 살면서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던 피아노를 6개월 간 연습해 수준급 연주 실력으로 끌어올렸다. 연기에 대한 웬만한 집념이 아니고서야 해낼 수 없을 터다.
사실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영화 ‘말아톤’(감독 정윤철)에서 윤초원을 연기한 조승우와 비교되기 마련인데 박정민은 단순히 캐릭터를 모사한 것에서 그친 게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과 가치관을 더해 완전히 다른 인물을 창조해냈다.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로 신인남우상 6관왕을 기록했던 ‘충무로 블루칩’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동주’를 통해 배우 인생에 날개를 달기 시작한 그가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매력적인 연기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그와 형제로 호흡을 맞춘 이병헌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지난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박정민은 신인의 테를 벗고 점차 진짜 배우로 성장 중이지만, 언제나 베테랑 선배들의 뺨을 치는, 내공 깊은 연기로 감탄을 자아낸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한층 농익은 연기력을 만끽할 수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정민은, 비록 한 시간 남짓 지켜봤지만, 착하고 솔직한 기운이 넘쳤던 사람이다. 질문을 받으면 한 번 생각해본 뒤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그리고 숨김없이 털어놓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연극무대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연기의 지평을 넓혀가며 자신을 과감하게 파도 위에 던지기도 했고 급류와 같은 긴박한 순간으로 내몰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물결 사이에서 연기를 향한 박정민의 한결 같은 진심을 느낄 수 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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