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②] 최귀화 "터미네이터 악역, 사람들이 무섭다고 옆에도 안와"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1.24 09: 59

최귀화는 24일 개봉한 영화 ‘1급기밀’(홍기선 감독)을 통해 또 한 번의 강렬한 악역으로 스크린을 정조준한다. 최귀화는 상부의 명령이라면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무조건 복종하는 군수본부 소속 대령 남선호 역을 맡았다. 세상에 추악한 진실을 알리려는 박대익 중령 역의 김상경과 치열하게 대립하는 캐릭터다.
5월, 광주의 참상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부터 한국 영화 최초로 방산비리를 낱낱이 폭로하는 ‘1급기밀’까지, 최귀화는 배우로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을 길을 기꺼이 택했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촬영한 두 영화 모두에서 최귀화는 눈살이 찌푸려 질만큼 강렬한 악역을 연기한다.
이에 대해 “같은 맥락에서 두 작품 모두 출연하게 됐다. ‘택시운전사’의 경우 시대의 아픔을 알리는 작품 아닌가. 제가 고향이 그쪽이기도 해서, 마음의 빚이 있기도 했다. ‘1급기밀’은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고, 탄탄했다. 게다가 ‘1급기밀’은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품이라 캐스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악역이라 많이 망설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작품의 의미가 워낙 좋아서,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슬 퍼런 정권 아래, 5월 광주 민주화 항쟁과 ‘군피아’로 설명되는 방산비리 등 비정상적인 국가 권력을 정조준 하는 두 영화 모두, 최귀화가 흥행, 성공만을 바랐다면 절대로 가지 않았을, 갈 수 없었던 길이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최귀화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잃을 게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미 블랙리스트였어요(웃음). 이제 와서 가볍게 얘기하자면 잃을 게 없기 때문이었죠. 워낙 유명하지 않은 배우라 제재도 없었는 걸요(웃음). 게다가 두 작품 모두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제가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택시운전사’에서 사복조장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면이 섬뜩한 추격신이라면, ‘1급기밀’에서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쌍따귀’ 장면이 등장한다. 부하의 뺨을 사정없이 갈겨버리는 ‘쌍따귀’ 장면은 ‘상명하복’을 중요시하고,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으면 폭력이라도 동원하는 남선호 캐릭터를 단번에 요약해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최귀화는 “맞는 역할을 한 서현우 배우랑 합을 전혀 맞추지 않고 찍었다. 원래 장면에서는 따귀만 여러 차례 때리는 거였는데, 서현우 배우랑 감정가는 대로 해보자고 하고 자연스럽게 촬영했다. 영화를 보시다 보면 서현우 배우가 저한테 맞다가 휘청하는데, 연기가 아니라 정말 휘청했다고 하더라. 찍고 나서 ‘정말 핑 돌았어요’라고 하더라”며 “그 장면을 찍고 사과를 엄청나게 했다. 지금까지 하고 있다. 엊그제도 사과하고, 술을 사줬다. 서현우가 ‘내가 더 잘 돼서 입장 바꿔서 반드시 때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이를 갈더라”고 숨겨진 뒷이야기를 전했다.
‘택시운전사’부터 ‘1급기밀’, 그리고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까지, 최귀화의 ‘인생 캐릭터’를 떠올릴 때 악역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최귀화의 악역 연기는 이 세 작품이 전부라 할 정도로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최귀화의 악역은 강렬하고, 완벽하다.
“악역을 연기할 때 어떤 배우들은 자기가 돋보이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돋보이는 악역보다는 제 연기로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드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죠. ‘1급기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더 나쁘게 보이려고 했죠. 제가 더 나빠야 주인공이 빛나고, 내용이 합리적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악역이 돋보이려고 하는 순간, 그 작품은 좋은 작품이 될 수가 없어요. ‘여기서 더 나쁘게 보이면 안 되는데’라고 망설이는 순간, 그 악역은 더 이상 악역이 아니죠. 전 무조건 악역은 나빠질 수 있는 만큼 더 나빠야 한다고 봐요. 악역은 악역이니까 보는 분들한테 재수 없어 보여야 돼요(웃음). 그게 제 악역의 노하우죠.”
강렬한 악역을 연기한 만큼,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평소의 최귀화를 무서워하는 웃지 못 할 효과까지 생겼다고. 최귀화는 “‘미생’, ‘곡성’, ‘부산행’ 때는 사람들이 저를 편하게 보는 편이었다. 오히려 ‘나를 너무 쉽게 보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택시운전사’ 이후에는 사람들이 절 너무 무서워하고, 식당에서도 사람들이 제 곁에 오지도 못하더라. 배우로서 그런 상황의 전복이 흡족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보이는 게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웃었다.(단독 인터뷰③에서 계속 됩니다.)/mari@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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