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귀화 "시나리오 작가 데뷔한다…내년 제작 준비 중"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1.24 16: 37

‘1급기밀’은 故 홍기선 감독의 유작이기도 하다. 홍기선 감독은 대표적인 영화 운동 1세대로, 끊임없이 진실을 갈구하며 사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1급기밀’은 그런 홍기선 감독이 ‘선택’, ‘이태원 살인사건’에 이어 사회 고발 실화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려 했던 작품. 그러나 홍 감독은 지난 2016년 ‘1급기밀’의 촬영을 모두 마친 후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타계했고, 생전 故 홍기선 감독의 뜻에 따라 동료 영화인들이 후반 작업에 공을 들여 영화를 완성해 마침내 ‘1급기밀’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홍기선 감독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봉인된 내부자들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는 범죄 실화극 ‘1급기밀’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오랜 준비를 거쳤다. 그러나 끝내 영화가 개봉하는 것도 보지 못한 채 안타깝게 영면에 들었다.
최귀화는 故 홍기선 감독에 대해 “워낙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하고, 편한 분이셨다. 감독님은 영화에 그 어떤 현란한 기교를 부릴 줄 모르시고, 부려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셨던 분이었다. ‘1급기밀’에도 있는 그대로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며 “감독님이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바람에, 많은 분들이 ‘감독님이라면 어땠을까’ 오랜 고민을 하며, 감독님 스타일대로 올곧게 작품을 만들었다. 감독님이 살아계셨다면, 오히려 더욱 화려한 영화가 됐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급기밀’은 어쩌면 제작자나 많은 영화인 분들이 홍기선 감독님께 헌정하는 의미가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저희의 존경의 뜻을 담아서 영화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완성하고 난 이후에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故 홍기선 감독과 ‘1급기밀’을 함께 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던 날이었다. 술자리에선 막걸리만 마시던 故홍기선 감독을 기리며 배우들과 스태프들 역시 막걸리를 마셨고, 홍기선 감독의 빈 자리를 그리워하며 그에게도 막걸리를 올렸던 밤이었다. 최귀화는 “감독님께도 막걸리를 올렸는데 갑자기 불이 나가더라. 술집 전기가 완전히 나갔다. 그 술집에 6~70명 정도가 있었는데 정말 놀랐다. 10분 정도 정전이 됐다”며 “영화 프로듀서 분이 ‘감독님이 오셨나보다, 이제 한을 푸셨나’ 이런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저희가 너무 신기해서 영상까지 찍었다. 사장님도 못 고칠 정도라 조명팀이 직접 전기 설비를 고쳤다”고 말했다.
최귀화는 故 홍기선 감독이 세상에 알리고 싶어했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진실을 위해, ‘1급기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각오다.
“감독님 때문에,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라도 책임감을 느껴요. 감독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이런 책임감이 조금 덜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너무 슬픕니다. 정말 많이 울었어요. 소식을 듣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갔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제가 영화 개봉할 때 감독님께 정장 한 벌을 꼭 선물해 드리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도 너무 슬퍼요. 좋은 사람을 잃었다는 아픔이 너무 커요. 저희가 열심히 해서 많은 분들이 감독님 뜻에 공감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귀화는 ‘1급기밀’에 대해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최귀화는 “‘1급기밀’은 절대로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 얘기다. 쉽게 얘기하자면 우리 세금으로 운영되는 군대에서 나쁜 사람들의 뒷주머니에 수백억, 수천억이 흘러 들어가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모르고 있다는 거다”라며 “많은 분들이 이런 지점을 알고 가야 하지 않나 싶다. 흐지부지 넘어가면 안 되고, 누군가가 반드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는 거다. 정부에게 맡겼지만,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 우리가 이런 일들을 잘 알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된다는 아주 당연하고 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故 홍기선 감독의 뜻을 스크린을 통해 완벽히 전달한 최귀화. 배우가 아닌, 영화인으로서의 목표도 있다. 바로 직접 쓴 시나리오를 스크린에 옮기는 것. 막연한 꿈처럼 들릴 수도 있는 최귀화의 프로젝트는 이미 현실화 됐다. 몇 해 전 최귀화가 직접 쓴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에서 ‘이달의 우수상’으로 선정됐고, 이후 제작사와 꾸준히 제작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 현재는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 개발하고 있는 단계라고.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최귀화는 “가족 5명이 주인공인 휴먼 코미디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붕괴된 가족 구성원들이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10년 만에 모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미 쓴지 4년 정도는 된 작품이고, 여러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다들 ‘너무 좋다’고 하더라. 제가 캐스팅 권한은 물론 없지만 뿌듯하다”며 “올해 안에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갈 계획이고, 가능하다면 본격적인 제작은 내년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부터 꾸준히 시나리오와 희곡을 썼다는 최귀화는 현재도 틈틈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휴대전화에 메모를 해둔다. 그렇게 쌓인 메모만 해도 수 천 개. 최귀화는 아름다운 낭만이, 재치있는 유머가 묻어나는 메모를 여러 장 보여주며 어마어마할 작가 최귀화의 세계를 엿보게 했다.(단독 인터뷰④에서 계속 됩니다.)/ mari@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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