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등번호 40번을 되찾았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연습생 신화의 출발점이 된 40번을 달고 독수리 군단을 이끈다.
한화는 지난 24일 2018시즌 선수단 등번호를 공개했다. 팀 영구결번인 장종훈 수석코치와 송진우 투수코치가 각각 35·21번을 다시 달았고, 한용덕 감독도 현역 시절에 사용했던 40번을 되찾았다. 레전드 3인방의 전성기 시절 등번호 복귀로 '이글스 재건'을 향한 염원과 의지를 담았다.
한용덕 감독은 지난해 11월3일 취임식 전에 구단 관계자로부터 등번호 40번 재사용을 제의받았다. 지난 2004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며 40번을 반납한 한 감독이었지만 애착은 남달랐다. 은퇴 후에도 40번 숫자 모양의 목걸이를 착용할 정도. 그만큼 한 감독에게 의미 있는 번호였다.
한 감독은 "40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1987년) 빙그레에 입단했을 때 남은 번호가 몇 개 없었는데 그 중 하나가 40번이었다. 주목받고 들어온 선수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40번을 달았다"고 떠올렸다. 배팅볼 투수를 거쳐 연습생 신분으로 어렵게 입단한 한 감독에겐 좋은 번호를 고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감독은 40번을 좋은 번호로 만들었다. 그는 "맨 처음 40번을 달 때는 통산 40승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 후에는 40살까지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동기부여를 했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번호에 애착이 생겼다"고 말했다. 5년 만에 통산 40승을 돌파한 한 감독은 2004년 우리나이 마흔까지 뛰었다.
연습생으로 입단했지만 한 감독은 통산 482경기에서 2080이닝을 던지며 16번의 완봉승 포함 120승118패24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3.54 탈삼진 1341개로 큰 족적을 남겼다. 역대 통산 이닝 5위, 완봉 7위, 탈삼진 9위, 다승 16위. 화려하진 않았지만 꾸준하게 소리 없는 강자로 '연습생 신화'를 써내려 갔다.
연습생 출신으로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와 감독 자리까지 오른 한 감독의 야구 인생은 한화가 가야 할 길이다. 지난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한화는 올 시즌을 리빌딩 원년으로 삼고 있다. 한 감독도 연습생 신화의 출발이었던 40번을 달고 초심으로 독수리군단 재건을 이끈다.
한편 한 감독은 2006년부터 코치로 변신하며 77번을 사용했다. 2015~2017년 두산에서는 3년간 89번을 썼다. 한 감독의 은퇴 후 한화의 40번은 외야수 김인철(2005~2006)을 거쳐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투수 김혁민이 달았다. 2015년 투수 정광운에 이어 2016년부터 2년간 윌린 로사리오가 사용했다.
한 감독은 "처음에는 혁민이가 40번을 주면 안 되겠냐고 말하더라. 나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며 웃었다. 한 감독이 투수코치일 때부터 애제자 중 하나였던 김혁민은 지난해 등번호 90번 대신 올해 18번을 달고 새출발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