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무비] '나란히 베를린行' 김기덕X홍상수 향한 두 개의 시각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1.26 13: 01

 감독 김기덕과 홍상수가 올해 열리는 제6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아 내달 독일 베를린으로 떠난다.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파노라마 스페셜 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풀잎들’이 포럼 섹션에 각각 초청됐기 때문이다. 둘 다 비경쟁 부문에 해당돼 수상 가능성은 없다.
파노라마 부문은 예술적 비전을 기반으로 진취적인 개성을 대변하는 작품들을 선별하고, 포럼 부문은 거장으로 불리는 많은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두 감독이 높은 평가 기준에 부합되는 작품을 내놓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큐레이터인 파즈 라자로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에 대해 “현대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향한 잔혹하고 필사적인 갈망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한다. 초현실적이고 무자비한 반전은 현상에 대한 도발적인 묘사를 넘어선 디스토피아를 구축한다”며 “이 작품은 우리 스스로의 책임감을 믿도록 부추기는 정직한 자극이며, 논쟁적인 화두에 대한 토론을 즐기는 베를린의 관객들에게 멋진 도전이 될 것이다”라고 초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홍 감독의 신작 ‘풀잎들’을 포럼 섹션에 초청한 집행위원장 크리스토프 테레히테는 “‘풀잎들’은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이 그러하듯 단 한 음절도 바꾸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처럼 그 자체로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는 그 안에 담긴 유머와 신랄함, 신중한 아름다움, 관대함, 인간미를 사랑한다”고 홍상수 감독의 신작에 깊은 애정을 표했다.
박찬욱, 봉준호를 비롯해 김기덕, 홍상수처럼 국내에 실력파 감독이 여러 명이나 존재한다는 것은 축복 받은 일이다. 전 세계에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김기덕과 홍상수는 세계적으로 그 실력과 권위를 인정받은 감독들이지만 국내에서는 그들을 바라보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세계 3대 영화제에 자주 출품돼 한국인으로서 뿌듯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연출 방식과 사생활에 대한 반감으로 무얼하든 비호감 낙인을 찍은 것이다. 김기덕 감독은 촬영장에서 배우의 뺨을 때린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홍 감독은 아내와 법적 이혼이 성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민희와 교제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영화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감독 영화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이라고 전제를 깔고 있다.
명성에 부합하지 못하는 행위에 대한 자동적인 거부감이 두 사람에 대한 분노를 진화시켰다. 감정은 도덕적 판단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이유를 설명할 순 없다. 다만 잘못한 부분은 지적하되 존중할 부분은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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