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심우경 PD "'모두의 연애' 기획? 성시경 라디오 듣다가.."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8.01.27 10: 31

tvN 토크 드라마 '모두의 연애'(극본 김지윤/ 연출 심우경)가 호평 속에 종영했다.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현실감 넘치는 스토리와 신동엽, 성시경, 마이크로닷의 날카로운 조언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방송이 마무리된 후 시청자들은 "나도 '모두 바(Modu Bar)' 같은 장소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이었다", "신선한 시도의 드라마였다"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모두의 연애'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첫 방송 후 다소 호불호가 갈린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회거 거듭될수록 안정적인 포맷을 구축해 타깃인 젊은 시청층 공략에 성공했다. 또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자신들만의 장점을 부각시켰고,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듯 몰입감 높은 스토리를 전개해 보는 이들의 연애 세포를 자극했다.
이에 OSEN은 '모두의 연애'라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심우경 PD를 만나 자세한 대화를 나눠봤다.

이하 심우경 PD와의 일문일답
Q. 어떻게 '모두의 연애'를 기획하게 됐나요?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성시경씨 라디오를 인상 깊게 들었는데 문득 '이런 분들에게 연애 상담을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 '방송에서 시청자분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어요."
Q. 입봉작으로 예능이 아닌 드라마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새로운 걸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지금까지 제가 참여했던 프로그램들의 장르를 보시면 다 달라요. 그동안 안 해본 장르가 드라마이기도 하고 또 재밌더라고요. (드라마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Q. 신동엽씨, 성시경씨, 마이크로닷씨는 어떻게 섭외하게 됐나요?
"가장 먼저 섭외하려고 했던 인물은 성시경씨에요. 직접 찾아가 설득을 했죠. 새로운 포맷이라 감이 안 잡히는 상황이니까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설득했어요. 이후 성시경씨에게 '누구랑 호흡을 맞추는 게 가장 편한가'라고 물으니 신동엽씨를 언급하시더라고요. 두 분이 18년 지기인데다 서로의 연애사를 전부 알고 있어서 연애 이야기를 하기가 편한 것 같았어요. 여기에 20대의 스토리를 넣고 싶어서 마이크로닷씨를 섭외하게 됐고요. 색다르고 톡톡 튀는 인물을 찾고 있었는데 마이크로닷씨가 생각보다 아픔이 많은 친구인데다 이성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건강해 보였거든요. 신동엽씨, 성시경씨로 이뤄진 혼탁한(?) 조합을 정화시키기 위해 섭외하게 됐어요.(웃음)"
Q. 다들 '모두의 연애'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이었나요?
"처음엔 의아해했어요. 그래도 성시경씨가 설득이 되니까 이번엔 저랑 성시경씨가 같이 가서 신동엽씨를 설득하고, 그 이후에는 저랑 성시경씨랑 신동엽씨가 함께 가서 마이크로닷씨를 설득했죠. 사실 첫 방송이 되기 전까지 저희도 반신반의했어요. 해본 적이 없는 포맷이라 찍으면서도 '이게 맞나?'라고 되묻곤 했죠."
Q. 적응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2회까지요. 처음에는 '모두 바' 멤버들에게 드라마 부분을 보여주고 시작할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출연진들의 스토리를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 대화를 통해 알아가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 결국 안 보여줬죠. 나중엔 상담을 하는 본인들도 헷갈리게 되니까 '3가지 버전으로 해보자'고 이야기가 나와서 2회까지는 상담 내용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찍어 준비했어요."
Q. 첫 방송 후 다소 호불호가 갈렸는데 알고 계셨나요?
"네. 어느 정도 예상을 했어요. 기존의 드라마와 문법이 어긋나 있는 포맷이니까요. 시청자분들은 드라마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 모두 바 인물들은 모르고 있는 상태잖아요. 처음 1, 2회는 그게 좀 많이 낯설었던 것 같아요. 또 모두 바 대화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예능처럼 오디오가 가득 차서 더 낯설게 느껴졌을 거고요. 신동엽씨나 성시경씨 모두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웃기려고 하는 본능이 있으신 분들이니까요. 안 웃기면 몸이 근질근질한 사람들이요.(웃음) 그래서 첫 방송 이후 반응을 보고 '어떻게 하면 시청자분들이 더 편하게 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모두 바 형님들도 3, 4회부터 공감 가는 이야기를 주로 해주셨고 저희도 그런 내용을 위주로 편집을 하면서 드라마와 토크가 좀 더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같아요."
Q. 드라마 부분의 리얼리티가 인상 깊었는데요. 어떤 점을 신경 쓰면서 촬영하셨나요?
"아이티 기기나 어린 친구들의 말투 등이 생각보다 찍기 어렵더라고요. 작가들한테 '찍기 어려우니까 다르게 표현하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요즘은 다 그렇게 표현한다'고 해서 '이런 게 디테일이구나' 싶었어요. 요즘 친구들이 하는 걸 드라마 부분에서 그대로 보여줘서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느낌을 전달하려고 신경 썼어요."
Q. PD님의 실제 경험담도 녹아 있나요?
"일반 사연을 베이스로 짜긴 했는데 제 이야기도 있긴 있어요. 이를테면 에피소드 중에 안승환씨가 연기하는 부분은 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있어요. 첫 여자친구가 생겼을 때의 지질한 면모요. 대본 회의를 할 때 작가들도 연출팀도 모두 본인들 사례랑 주변 사례를 많이 참고했어요. 다들 하나씩 흑역사가 있더라고요.(웃음)"
Q. 댓글을 많이 보는 스타일이신가요?
"'모두의 연애'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 생각보다 보는 스타일이더라고요.(웃음) 제가 의도한 대로 시청자들이 '이때 이랬어요'하면 희열을 느꼈던 것 같아요. 사내에서도 통계를 냈는데 디지털로 릴리즈하는 방송 중에서는 반응이 높은 편이었어요. 마케팅 팀장님 말씀에 따르면 '댓글의 질이 다르다'고 해주셨죠.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고 다른 인물을 데려와서 토론을 하게 만드는 방식으로요. '모두의 연애' 특성상 시청자들과의 밀당을 가미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댓글을 보고 내용에 반영해 보려고도 했어요. 스케줄상 촬영을 빨리 마쳐야 해서 제대로 하진 못했지만요." / nahee@osen.co.kr
[사진] tvN 제공, '모두의 연애'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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