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사를 다시 쓴 정현(세계랭킹 58위, 한국체대)의 말솜씨는 역시 대단했다. 이제 막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수능란했다. 더구나 자신감과 겸손함을 동시에 갖춰 스타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정현은 2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은 정현을 축하하기 위한 모여든 수백명의 팬들과 취재진, 관계자들이 모여 상당히 복잡했다.
정현은 입국하자마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잠시 어리둥절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내 곧 카메라를 응시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현은 호주오픈을 통해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로 떠올랐다. 노박 조코비치를 꺾은 것은 물론 그랜드슬램 4강에서 로저 페더러와 맞대결을 펼치며 일약 세계적인 인사가 됐다.
더불어 정현은 경기 직후 갖는 온코트 인터뷰에서도 빛을 발했다. 여러 가지 질문에 막힘 없이 영어로 술술 대답한 것은 물론 재치까지 담아 관중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카메라에 기념으로 남기는 문구도 화제가 됐다. 16강에서 조코비치를 이긴 후 "캡틴, 보고 있나"부터 8강전 후에는 "충 온 파이어" 등 궁금증과 센스가 넘치는 글귀로 또 다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런 정현의 언변은 이날 공항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국 생방송으로 이뤄진 인터뷰에서도 거침 없이 답변에 나섰다. 즉흥적으로 이뤄진 기자들의 질문에도 여유있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자신감과 겸손함을 동시에 잃지 않았다.
정현은 호주오픈 4강을 통해 얻은 소감을 묻자 "개인적으로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날이 이리 빨리 올지 몰랐다"면서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테니스도 저로 인해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 같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정현은 "호주오픈에서 2주 동안 많은 관심과 응원 몸소 느끼면서 경기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한국 테니스를 위해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그러면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해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다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또 이런 결과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다"면서도 "그 날을 최대한 빨리 앞당기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언제가 됐던 시상식에 서고 싶다는 건 변함없다"면서도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든다.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세계랭킹을 묻는 질문에도 당당했다. 그는 "한국 최고 기록이 이렇게 빨리 깨질지 몰랐다. 더 높은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앞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페더러를 비롯한 여러 테니스 스타들이 자신을 톱10급 선수로 평가한 부분에 대해서도 "톱10이 욕심 나지만 선수들이 높게 평가해준 만큼 그 선수들이 맞다는 것 증명하고 싶다"고 강조, 겸손함 속에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부상 없이 페더러와의 대결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는 "내가 100%라고 해도 그런 위대한 선수를 이긴다는 100% 보장 없다. 그래도 부상 안고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해 역시 상대 선수를 존중하면서도 자신 역시 낮추지 않았다.
비인기 종목인 테니스와 관련한 질문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테니스가 여태까지 비인기 종목이었지만 앞으로는 저를 포함해 모든 테니스 선수들과 함께 인기 종목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반대로 박지성, 박세리, 박찬호, 김연아 등과 비교되고 있다는 기분 좋은 말에는 "정말 훌륭한 선수들과 비교해줘서 부담을 갖지도 않는다"면서 "롤 모델로 삼고 따라가야 할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호주오픈 4강 이상의 말솜씨가 더욱 정현을 빛나게 해주고 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인천공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