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오지' PD "제작진 개입無...빈칸 채워가는 게 매력"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1.29 16: 27

오지라는 단어에 혹시 자극적이진 않을까 싶었지만, 막상 들여다보니 ‘오지의 마법사’는 아무도 모르는 곳의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며 정을 듬뿍 느끼고 돌아오는 ‘마법’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이를 이끄는 ‘오지의 마법사’ 김준현 PD는 “어느 새 ‘마법사’라는 단어에 더욱 방점이 찍힌 프로가 됐다”며 웃음을 지었다.
MBC ‘오지의 마법사’는 지난해 6월 4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가,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7월 정규 편성이 된 프로그램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던 ‘오지의 마법사’는 조용하고 강했다. ‘예능의 격전지’인 일요일 예능에서 7%대의 시청률을 지키고 있고, 연말 시상식에서는 베스트팀워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OSEN과 만난 김준현 PD는 “사실 배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힘든 촬영인데 출연자들이 한국 공항에 도착하면 ‘우리 다음은 어디 가요?’라고 물어보곤 한다”라며 “몸은 죽겠는데 기분은 좋은 그런 게 우리 방송의 핵심”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 PD는 제작진도 지금의 이런 방송이 만들어질 줄은 전혀 몰랐다며, 그냥 무작정 떠나보자 했던 네팔 편을 떠올렸다.

“네팔 편을 만들기 위해 떠났는데, 몸은 고생스러운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 따뜻한 배려를 받고 훈훈한 정을 느끼는 그 과정이 되게 묘하더라. 사실은 우리도 고생담을 담는 그런 프로를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 경험해보니 ‘훈훈한 정’이 중심이 되더라.(웃음) 시칠리아, 네팔, 조지아 사람들 모두 처음엔 신기해하고, 나중엔 도와주려고 다가온다. 그렇게 인연을 맺으면 긴 시간 함께 있었던 것도 아닌데 헤어질 땐 서로 정말 아쉬운 느낌이 든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떠난 나라에서 저마다의 따뜻함을 안고 돌아왔다. 그 따뜻함은 여행에서 얻은 뜻밖의 선물이었다. 프로그램에는 자연스럽게 좌충우돌 고생담 대신, 이런 ‘선물’들이 차곡차곡 담겼다. 그래서 지금의 ‘오지의 마법사’가 탄생하게 됐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사람 냄새 나는 에피소드들을 잡아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제작진들이 개입하지 말자’고 정했다. 우리 프로는 일단 작가가 지시문을 쓰는 스케치북을 아예 안 들고 간다. 오죽하면 김수로 씨가 우스갯소리로 ‘작가들이 참 편한 프로’라고 놀렸을까.(웃음) 테이프도 배터리를 갈아야 할 때 빼고는 안 끊는다. 한 번은 김수로, 엄기준, 니엘씨가 네팔 고원 경관에 취해서 한 시간 동안 한 마디도 안하고 걸은 적도 있다. 첫날 잘 때에는 서로 이야기도 하면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나. 세 명 다 힘들어서 바로 곯아떨어졌다.(웃음) 그렇다고 우리가 ‘얘기 좀 하라’고 깨울 수 없으니까. 그대로 그냥 다 담는 거다.”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며 조금씩 ‘오지의 마법사’의 이야기가 채워진다. 그 시간 동안 스태프들도 모두 출연자와 동일하게 식사도 못하고 걷기만 한다. 제작진도 정말 힘들 법 한데, 희한하게 다들 웃으며 한국 공항에 도착한다고 한다. 여행의 따뜻함이 제작진에게도 큰 힘이 되는 모양이다. 그 덕분에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끈끈한 정이 쌓였고, 자기들끼리는 “프로에 너무 갈등이 없는 것 아니냐”며 웃음 섞인 걱정을 하기도 한다고. 
“하루종일 거의 못 먹을 때도 있고, 몸은 참 고되다. 작가, 카메라팀 등 모든 스태프들에게 참 미안한 게 많다.(웃음) 우리는 버스기사나 유스호스텔 주인 등 현지인들이 추천해준 곳들을 많이 간다. 한참을 차로 달려가기도 하고, 산길을 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해서 물어물어 가면 정말 감탄이 나오는 곳이 나온다. 우린 현지 코디네이터를 고용하지 않고, 가이드를 겸하는 현지인을 고용하는데, 그런 가이드들도 다들 놀란다.”
그렇게 고생해도 그 끝에 결국에는 때 묻지 않은 경관과 순박한 사람들이 있는 곳들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그림들을 얻어낸다. 그게 그들이 고생해도 웃는 이유다. 김준현 PD는 “정답이 없는데 그 빈칸을 채워가는 게 매력이다. 그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면서도 “시작과 끝만 우리가 정하고, 그 가운데를 채우는 건 출연자들이다. 훌륭하게 이를 채워주는 출연자들에게 고마울뿐”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 yjh0304@osen.co.kr
[사진] ‘오지의 마법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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