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감독 방 9층에 있는 것 알고 왔지?"
지난 1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에 위치한 한화의 숙소. 이곳의 9층에는 한용덕 감독의 방이 위치해 있다. 스프링캠프 첫 훈련을 마치고 저녁에 산책을 다녀온 한용덕 감독은 9층이 북적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 9층의 연회장 공간에 한화 선수들이 자율 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투수들은 수건을 들고 섀도우 피칭 동작을 반복했고, 야수들은 쉴 새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지나가던 한용덕 감독은 "너희 감독방 9층에 있는 것 알고 왔지?"라며 농담을 툭 던졌다. 이에 선수들은 "감독님 방이 9층이에요?"라며 모른 척했지만, 한용덕 감독도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눈에 들려고 하는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한화는 훈련 첫 날 오후 2시30분을 기점으로 선수단 모두 그라운드를 철수했다. 투수가 1시, 야수가 2시를 넘어서 숙소로 돌아갔다. 지난해까진 한창 훈련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일찍 철수한 선수들은 호텔에서 옷을 갈아입고 곧장 인근 피트니스 센터에 갔고, 1시간 이상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한 감독은 "저녁 시간에 자율을 줬지만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을 하더라. 시키지 않아도 본인들 스스로 부족하다 싶으면 훈련을 하게 되어있다. 강제로 지시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분위기에 낯설어 하는 선수들도 있더라. 프로라면 자율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준비 상태도 한 감독을 만족스럽게 했다. 한 감독은 "방망이 치고 캐치볼 던지고 펑고받는 모습을 보니 다들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올해로 2월 스프링캠프가 2년째다. 실전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짧지 않을까 싶었는데 준비해온 모습들을 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웃어보였다.
한 감독은 캠프 전부터 훈련량을 적당하게 조절하며 선수들의 부상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훈련 시간뿐만 아니라 이동경로를 최소로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한 감독은 "훈련량보다 시간이 길어져서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훈련 중간에 비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전 같으면 고친다(東風平)구장에서 기술 훈련을 마치고 이곳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지만 이제 다르다. 일찍 숙소로 돌아간 뒤 숙소 인근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한다. 한 감독은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보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주며 다음 운동을 위해 힘을 비축할 수 있는 짧은 휴식이 효율적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훈련 시간은 짧아졌지만 그 안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달라진 한화 캠프에 자율 훈련이 조금씩 스며들어가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