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 LIVE] "여전히 야구는 어렵다" 손아섭이 불안해 하는 이유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2.05 06: 32

야구에 대한 욕심이 결국 그를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었다. 어느 정도 클래스와 자신의 커리어를 쌓은 현재, 그 욕심의 한계를 찾기는 힘들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30)은 올 시즌에도 자신의 야구 욕심을 채우기 위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손아섭에게 지난해는 최고의 시즌이었다. 지난해 전 경기에 출장(144경기)하면서 타율 3할3푼5리(576타수 193안타) 20홈런 80타점 113득점 2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34의 기록을 남겼다. 20홈런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고, 생애 첫 20(홈런)-20(도루) 클럽까지 가입했다. 193안타는 롯데의 프랜차이즈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이기도 했다. 다방면에서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 낸 그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따내기도 했다.
그리고 손아섭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고 역대 FA 금액 순위 4번째에 해당하는 4년 총액 98억 원의 계약을 맺고 롯데 잔류를 선택했다(계약 당시 3번째). 지난해 커리어 하이 시즌과 함께, 거액의 FA 계약을 맺고 다시 시작하는 2018년, 손아섭에게 만족이란 것은 없었고, 야구는 여전히 진지한 도전의 대상이었다. 다음은 손아섭과의 일문일답.

- 비시즌 해외 개인 훈련을 잘 하지 않았는데도 올해는 달랐다(필리핀 클락에서 개인 훈련).
▲ FA 계약이라던지 비시즌 시상식 참석 때문에 비시즌 개인 훈련 준비가 상당히 늦어졌다.조급한 마음이 있었고 불안함도 있었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해외 개인 훈련을 다녀왔다. 스프링캠프 합류 이후 첫 파트 운동을 해봤는데,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 FA 계약을 맺은 이후 첫 시즌이다.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 팀을 옮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되는 것은 없다. FA를 했다고 달라지는 점은 없다. 사실 매 시즌 시작 할 때 항상 ‘올해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을 갖고 시작한다. 올해도 그 정도 선의 부담감이다.
- 본인의 커리어와 클래스라면 항상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은데?
▲ 야구라는 것이 지난해 잘 했다고 다시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지난해 시즌은 지난 시즌 대로 묻어둬야 한다. 하루는 모든 공을 다 칠 수 있을 것 같아도, 그 다음날은 모든 공에 손도 못 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야구고 타격이다. 야구는 항상 어렵고 그래서 불안하다.
- 지난해는 20-20도 했었고 만족스러운 시즌이지 않았나?
▲ 지난해 4월과 5월에 부진했었고, 첫 홈런도 5월 들어서야 쳤다. 4월 한 달 동안 어떻게 야구를 했냐 싶을 정도였다. 제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갈팡질팡했다. 야구가 어렵다고 느꼈다. 첫 두 달 간의 부진은 2016년에도 겪었던 부분이다. 그래서 작년에는 그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했는데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지난 2년 동안 4월 부진이 사실 신경 쓰이고 있고, 올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갈팡질팡 했던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
▲ 최근 몇 년 동안 장타에 고민이 많고, 좋아지기 위해 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시범경기 때 한 시즌을 치러야 할 타격에 대한 생각이 정립된 상태에서 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 보니 적립이 안 된 상태에서 시즌에 들어갔다. 그래서 초반 갈팡질팡하다가 5월부터 뒤늦게 제가 가야 할 길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올해는 시범경기 들어갈 때쯤에는 타격의 방향을 정해놓아야 할 것 같다.
-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테스트 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 기술적으로는 어느 정도 적립이 된 부분이 있다. 지금 고민인 것은 연습 때는 방망이를 계속 길게 잡고 치는데, 한 번 더 길게 잡는 것을 시도해야 할지, 처음부터 테이핑을 감고 쳐야 할지 고민이다.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정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기술적 부분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때 좋았던 느낌으로 치려고 한다.
- 확실히 장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 장타에 대한 고민은 야구를 앞으로 하면서 안고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장타에 대해서 욕심도 있고, 제가 정말 더 좋은 선수가 되려면 장타에 대한 것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 20홈런을 채운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20개라는 벽을 제가 못 넘어섰기 때문에 항상 20개 이상을 치고 싶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고, 딱 20개를 쳤는데 이제는 20개 벽을 깼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준플레이오프 때 감각이 기억이 나는지?
▲ 감각은 솔직히 기억 안 나는데 그 때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타격 연습때 그 느낌을 살리고 싶다. 익숙해 질 때까지 연습 할 수밖에 없다.
- 민병헌 선수가 합류한 것이 어떤 방향으로 시너지가 날 것 같나?
▲ (민)병헌이 형은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다. 시즌을 치르면서 좋지 않을 때 조언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순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병헌이 형이 오면서 저에게는 유리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타선에 좋은 선수들이 많으면 제가 가지는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타석과 수비에서 병헌이 형이 있어서 편안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지난해 가을야구에 대한 갈증을 해결했지만, 더 높은 단계로 진출하고 싶을 텐데?
▲ 너무 재밌었는데, 더 높이 못 올라가서 아쉽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이 맛에 야구를 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서 야구장에서 치열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그래서 계속해서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최종 목표는 10개 구단 다 같은 목표를 하지 않겠나.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을야구를 먼저 가서 한 단 계씩 밟아서 올라가다 보면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jhrae@osen.co.kr
[사진] 가오슝(대만)=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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