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닉 에반스 대신 파레디스를 영입했다. 타격 능력은 뛰어난 반면 수비에서의 활용 범위가 좁은 에반스와 달리 파레디스는 스위치히터로서 좌우 타격이 가능하고 내야 뿐만 아니라 외야 수비까지 소화 가능하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다양한 멀티 플레이어.
파레디스는 "좌우 타석을 가리지 않는다. 보통 오른손 투수를 더 많이 상대하기 때문에 좌타석이 더 편한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우타석 훈련을 게을리 하는 건 아니다. 우타석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많은 훈련을 한다. 좌우 타석 모두 자신있다"고 말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KBO리그를 거쳐간 외국인 스위치히터는 10명.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펠릭스 호세(전 롯데).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호세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꼽힐 만큼 그 활약은 대단했다. 1999년 롯데에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호세는 그 후 2001년, 2006~2007년까지 4시즌을 뛰었다. 선수 생활 말년에는 지명타자로 뛰었지만 초창기에는 우익수로 나섰다.
394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9리 411안타 95홈런 314타점 OPS 1.023을 기록했다. 1999년 삼성과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극적인 역전 끝내기 홈런으로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2001년에는 역대 시즌 최다 127개의 볼넷을 얻을 만큼 공포의 존재였다. 그해 출루율(.503)은 리그 역대 최고 기록. 2006년에는 만 41세 나이에 22홈런을 쳤다.
뛰어난 실력 못지 않게 악동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1999년 삼성과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역대급' 사고를 쳤다. 6회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온 뒤 관중이 던진 생수병이 급소를 강타했다. 이에 격분한 호세는 1루 관중석을 향해 배트를 투척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고 경기가 치러진 대구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호세는 이후 2001년 삼성 투수 배영수, 2006년 SK 투수 신승현의 위협구에 격분해 주먹을 휘둘렀다. 불같은 성질로 악명이 높았다.
2000년 한국땅을 처음 밟은 헤수스 타바레스(전 KIA)는 데뷔 첫해 타율 3할3푼4리(305타수 102안타) 3홈런 44타점 39득점 31도루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7월 16일 현대전서 9회 1사 후 기습 번트를 성공시켜 상대 선발 김수경의 노히트 노런을 무산시킨 바 있다.
타바레스는 2001년 강력한 도루왕 후보로 꼽히기도 했으나 발바닥을 비롯해 허리, 허벅지 등 잔부상에 시달리며 첫해의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46경기에 나섰으나 타율 2할3푼7리(177타수 42안타) 1홈런 14타점 24득점 10도루에 그치며 퇴출 통보를 받았다.
1998년 한국땅을 밟은 주니어 펠릭스(전 LG)는 멕시칸 리그에 참가하느라 뒤늦게 합류했으나 타율 2할9푼3리(123타수 36안타) 6홈런 21타점 16득점으로 제 몫을 해줬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 7회 스리런을 터뜨리며 LG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이바지했다.
재계약에 성공한 펠릭스는 정규 시즌 MVP 출신 타이론 우즈(전 OB)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97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5푼3리(336타수 85안타) 13홈런 58타점 53득점 1도루에 머물렀다. 저조한 성적 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 부족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LG는 1999년 스위치히터 케빈 대톨라를 영입했으나 이렇다할 재미를 보지 못했다. 타율 2할7푼9리(265타수 74안타) 9홈런 42타점 33득점. 2014년 LG 유니폼을 입은 조쉬 벨 또한 63경기에 나서 타율 2할6푼7리(240타수 64안타) 10홈런 39타점 33득점 3도루를 기록했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카를로스 바에르가(삼성)는 1992, 1993, 1995년 세 차례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빅리그 정상급 타자로 활약했으나 국내 무대에서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2001년 삼성에 입단한 그는 39경기에 출장, 타율 2할7푼5리(120타수 33안타) 4홈런 17타점 18득점에 그쳤다. 바에르가는 2013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구단이 선정한 '인디언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2002년부터 2년간 국내 무대에서 뛰었던 마이크 프랭클린(현대)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으나 상대 투수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데뷔 첫해 타율 2할7푼6리(152타수 42안타) 14홈런 30타점 30득점 4도루로 가능성을 선보이며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지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시범경기 타격 1위에 오르는 등 기대를 모았지만 타율 2할2푼1리(136타수 30안타) 10홈런 28타점 24득점 6도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2015년 앤디 시스코 대신 kt 유니폼을 입은 댄 블랙은 54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푼3리(198타수 66안타) 12홈런 32타점 25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kt는 블랙에 이어 또 한 명의 스위치 히터 외인으로 재미를 봤다. 마찬가지로 지난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멜 로하스 주니어였다. 로하스는 83경기서 타율 3할1리, 18홈런, 56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911에 달했다. 수비에서도 중견수를 도맡으며 팀의 외야를 지켰다. 갈수록 발전하는 타격 재능에 성실한 태도까지. 김진욱 감독이 입만 열면 로하스 칭찬을 꺼낼 정도였다.
가장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빌리 홀(삼성)이다. 삼성은 1999년 기동력 강화를 위해 외야수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를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발표 마감을 하루 앞두고 내야수 빌리 홀로 급선회했다. 당시 삼성은 홀이 포스트 류중일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내야 수비에 허점을 보였던 홀은 외야로 전향했으나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주력을 제외하면 모든 게 낙제점에 가까웠다. 타율 2할4푼4리(414타수 101안타) 4홈런 23타점 73득점 47도루. 당시 홀 대신 데이비스가 삼성 유니폼을 입었더라면 삼성의 우승 시점이 좀 더 앞당겨졌을지도 모른다. /what@osen.co.kr
[사진] 펠릭스 호세-조쉬 벨-댄 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