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우리 가슴 속에 살아있는 배우, 故 김주혁을 '흥부'를 통해 만난다.
5일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흥부'(조근현 감독)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정우, 정진영, 정해인, 연출을 맡은 조근현 감독이 참석했다.
'흥부'는 故 김주혁의 유작으로 많은 이들이 기다려 왔던 작품. '흥부'에서 김주혁은 조선의 희망을 꿈꾸며 부모 잃은 아이들과 백성을 돌보는 조혁 역을 맡았다. 조혁은 권력에 눈이 멀어 조선을 삼키려는 정반대의 형 조항리와 함께 천재작가 흥부의 소설 '흥부전' 속 주인공이 되는 인물. 올곧은 기개로 자신의 뜻을 펼치는 조혁 캐릭터를 통해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체 불가의 존재감을 드러낸 김주혁의 마지막 연기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여전히 그리운 이름 김주혁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정우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또 보면서 배운 게 많았다. 특히 김주혁 선배님의 큰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배님의 얘기를 빼놓기가 쉽지가 않은데, 감정을 추스리고 말씀드리기가 쉽지가 않다"며 "지금 이 순간 언제나 그랬듯이 많이 보고 싶고, 오늘 더욱 더 보고 싶고 그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진영은 "이 작품에 대해서 관객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이유의 중심에는 우리 주혁이가 있는 것 같다. 보시다시피 김주혁 배우는 멋있게 연기했고, 이 작품을 촬영한 봄부터 여름까지 저희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며 "이 작품을 주혁이의 유작으로는 너무 생각해 주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어려운 부탁을 드리고 싶다. 주혁이는 영화 속에서 살아있는 우리의 동료이고 여러분들의 배우다. 관객 분들에게 주혁이가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영화에서 김주혁은 조혁이다"라고 말했다.
정해인은 "저는 연기를 하면서는 김주혁 선배님과는 많이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처음 뵈었을 때 생각이 선명하게 난다. 컷 하는 순간 제게 따뜻하게 해주셨던 말이 생각난다. 영화를 오늘 처음 봤는데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흥부'는 '글로 세상을 바꾼 자'라는 부제처럼 탄핵 등 우리나라의 상황을 그대로 옮겨둔 듯한 장면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조근현 감독은 "저희 영화를 프리 프러덕션하는 단계에서 탄핵 상황을 맞았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무겁게 나온 것도 있는 것 같다"며 "의식 아래에 침전해 있는 것들이 부유했던 것 같다. 그런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찍혔다"고 말했다. 이어 "온 국민이 봤으면 좋겠고, 즐겼으면 좋겠다. 표현이 직접적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사극 드라마. 설 연휴인 오는 14일 개봉한다./mari@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