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미화와 배우 겸 방송인 박재민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섰지만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이 극과 극 반응의 이유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김미화와 박재민은 지난 9일 개막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각각 MBC와 KBS 카메라 앞에 섰다. 김미화는 9일 개막식 중계 캐스터로, 박재민은 KBS 스노보드 종목 해설위원 자격으로 나선 것. 김미화는 9일 생중계된 개막식의 MBC 중계석에 시청자를 대변하는 입장으로 마이크를 잡았고, 박재민은 11일 남자 슬로프스타일 결승전 KBS 중계방송의 해설을 맡았다.
둘 다 방송인이자, 전문 캐스터나 해설위원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의 올림픽 중계 참여는 많은 화제를 모았던 바. 하지만 반응은 극과 극이다. 김미화는 부족했던 중계로 비판의 대상이 됐고, 박재민은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사는 해설로 전문 해설위원 못지않은 기량을 발휘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올림픽 중계에 대한 이해도 차이에서 비롯됐다. 김미화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중계석에 서게 됐다”고 말했고, 박재민은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졸업에 스노보드 선수 경험이 있는 준 전문가다. 이 때문에 그런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출발부터 다르다고 보는 시청자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 전문 지식의 유무가 아니라, 올림픽 중계라는 특성과 그 기본을 이해하려 했느냐의 차이가 이번 온도차를 결정지은 결정적 요소가 됐다.
김미화는 가나 선수들이 등장하자 “아프리카 선수들은 지금 눈이라곤 구경도 못 해봤을 것 같은데”라는 발언을 하는 등 올림픽 중계에서는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가 하면,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지 못하는 추임새, 반말 어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올림픽 중계의 특성과 톤을 조금이라도 미리 숙지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그는 나름대로 친근함을 위해 업된 템포를 유지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 예능이나 라디오에서는 유용할지언정, 현장 상황을 브라운관과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중계’의 특성에는 맞지 않았다. 중계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에 비판 여론이 일었으나, 이 비판마저 김미화는 편파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오해로 치부해버리는 사과문을 발표해 화를 키웠다.
박재민은 이와 달리, 올림픽 중계라는 방송 포맷의 특수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완벽하게 해설위원의 역할에 녹아들었다. 스노보드 선수 출신으로서 그의 지식을 활용하되, 많은 이들에게 이해가 잘 가도록 비유법을 드는 것도 프로 해설위원 못지않게 매끄러웠다. 현장과 브라운관을 잇는 중계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완급조절에 힘을 기울인 흔적도 엿보였다.
덕분에, 재미있는 설명 덕분에 전문 해설위원 줄 알았다가 그 주인공이 박재민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는 시청자들이 부지기수. 물론 스포츠에 박식한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무엇보다 박재민은 중계석에서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큰 호감을 사게 됐다.
올림픽 성공개최에 대한 마음은 똑같았겠으나, 그 발현법이 달라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다. /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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