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가 일상의 감사와 비움의 미학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13일 방송된 KBS1 힐링다큐 '나무야 나무야'에서 박진희가 순천 불일암을 찾는 모습이 공개됐다. 순천 불일암은 1975년부터 1999년까지 법정 스님이 수행한 곳으로 유명하다.
박진희는 무소유길을 걸으며 "요즘에는 매일 하루가 똑같다. 아침에 똑같은 시간이 일어나서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 오면 아이랑 놀다가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서 저녁하고 밥 먹고 목욕시킨다. 자는 시간 항상 똑같다. 옛날 같았으면 지루하고 지겨울만도 한데 이젠 단순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순천에서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일구어가고 있는 순천댁 박진희는 가까이 있었지만 그 동안 가본적이 없는 불일암을 찾아 법정스님이 평생 가장 사랑했던 나무를 만났다. 스님이 살아생전 후박나무라 일컬었던 향목련나무다. 그 아래 법정스님이 묻혀있다.
불일암의 주지이자 숲지기 덕조스님 "후박나무는 법정스님의 글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무"라고 설명했다. "스님께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나무"라며 "오시면 '잘 있었냐'하고 안아주던 나무, 그래서 나무를 안을 때마다 감정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법정스님은 덕조스님에게 자신이 떠나면 불일암을 지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덕조스님은 그 나무를 스승으로 여기며 매일 아침 문안을 드리고 곁을 지키고 있었다.
후박나무 앞에 선 박진희는 "법정스님께서 심었을 때는 되게 어린 나무였을 것 같은데 그 나무가 이렇게 크고 높이 자라서 저기 산자락 뒤까지 다 보일거잖아요. 스님이 저 밑의 세상도 다 바라보면서 어떤 일이 있나 아시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덕조스님은 스승이 남긴 필름카메라로 후박나무 사진을 찍었다. 덕조스님은 "나무를 볼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면 사진으로 담아둔다. 마치 제가 사진을 통해 '법정스님이 이 정도 크기의 나무를 심었구나' 알듯이 나중에 제 제자가 사진을 통해서 '이렇게 나무가 자랐구나' 볼 수 있는 기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덕조스님은 월동준비를 했다. 장작을 준비해놓고 김장김치를 해서 독에 묻었다. 덕조스님은 "법정스님께서는 식사 반찬을 1식 3찬이라고 하셨다. 3가지를 넘지 말라고 하셨다. 저 혼자 살아보니 3찬도 많다"고 말했다.
박진희는 "태교여행 온 기분이다. 차분한 아이가 나올 것 같다. '언제쯤 내려놓을 수 있을까' '비울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욕심인 것 같다. 내 안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 같아서 참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rookeroo@osen.co.kr
[사진]KBS1 힐링다큐 '나무야 나무야'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