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도전 기회를 차고 온 낯선 한국 땅. 세스 후랭코프(29·두산)와 두산 베어스는 과연 웃을 수 있을까.
두산은 지난해 12월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을 발표했다. 이름은 후랭코프. 총액 85만달러(계약금 10만달러, 연봉 75만달러)라는 최근 외국인 선수 영입 몸값에 비해서는 다소 적은 듯한 금액이지만, 두산은 "변화구 제구력이 좋고,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할 줄 안다"며 후랭코프의 한국 정착을 기대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후랭코프는 전형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 스스로에 대해서도 "나는 공격적인 투수다.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던져서 타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자 한다. 땅볼을 유도해서 내 뒤의 야수들이 처리하게 하는 유형의 투수"라고 소개할 정도로 땅볼 유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그동안 땅볼 유도형 투수라고 소개됐던 투수 중 KBO리그에 정착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코프랜드(LG), 볼스테드(두산) 등은 중간에 퇴출되는 굴욕까지 맛봤다. 수비가 좋은 두산과는 '찰떡 궁합'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가 미지수다.
일단 첫 출발은 좋았다. 지난 2일과 5일 두 차례의 불펜 피칭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직구를 비롯해 싱커, 커브, 커터, 체인지업 등 본인의 구종을 모두 점검받은 가운데 이강철 수석 코치는 "몸을 잘 만들어왔다. 캠프 초반임에도 위력적인 공을 던진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시즌 중 함께 호흡을 맞출 포수 양의지, 박세혁도 이구동성으로 "타자들이 치기 힘들겠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후랭코프에게도 KBO리그는 특별한 도전의 땅이다. 메이저리그 구단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이었던 그는 2017년 시즌 종료 후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지난해 비록 한 경기에 그쳤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봤던 만큼 '빅리그'에 대한 욕심도 날 법 했지만, 후랭코프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을 택한 것이다.
후랭코프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두산이라는 팀이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두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리그에서 최고의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하더라. 매우 끌리는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라며 "40인로스터에 들어있다고 해서 빅리그 진입이 보장되는 것이 아닌 만큼, 새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후랭코프가 기본 이상만 해준다면 두산으로서는 지난해보다 큰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 2016년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이 40승을 합작하며 '특급 외인 원투 펀치'를 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니퍼트는 14승(8패)를 기록한 가운데 보우덴이 어깨 부상으로 3승(5패)에 그쳤던 만큼 조쉬 린드블럼과 함께 후랭코프가 '전임자'가 보여줬던 기록만 넘어선다면 두산의 올 시즌 외국인 선수 교체는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다.
후랭코프는 "빨리 유니폼을 입고 리그를 뛰고 싶다. 우리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하고 싶다"라며 "두산에 또 한 번의 우승을 안기고 싶다. 지난해 아쉽게 준우승을 기록한 걸 알고 있다. 매 경기 팀이 이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첫 선'을 보일 날을 기대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