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위에 서 있는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 표정 등으로 지레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확인 절차라고 보기는 어렵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투수진의 비밀병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구승민(28)의 경우, 조금은 다를 듯하다.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요소로 당일의 컨디션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 그 요소는 바로 기합소리다.
대만 가오슝 1차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구승민은 다른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불펜 투구를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상무 소속으로 활약하며 37경기 1승 1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51의 기록을 남기며 특급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고, 전역 이후 롯데로 복귀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롯데 소속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어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퓨처스리그에서의 상승세와 자신감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 지난해 롯데가 구축한 철벽 불펜진에 자신의 이름도 올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불펜 투구 장소에서는 통상 공을 받는 포수들이 투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파이팅을 불어넣고 기합 소리를 크게 내곤 한다. 투수들의 경우, 포수들에게 자신의 불펜 투구 개수를 확인할 때나, 코치들과 의견을 교환할 때를 제외하고는 목소리를 확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구승민은 투구를 할 때마다 그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매 투구를 펼칠 때마다 기합소리가 힘차게 들어가기 때문. 공이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감과 동시에 구승민의 힘찬 기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불펜 투구 장에 울리고 있다.
불펜에서 던지는 공 하나하나를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구승민은 이 기합소리를 자신의 밸런스와 컨디션이 최상의 상태일 때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구승민은 “나는 체격이 크지 않아서 밸런스로 공을 던져야 하는 타입이다. 그 밸런스가 제대로 맞고 몸통의 회전이 제대로 됐을 때 나도 모르게 기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고 말했다. 즉, 현재 구승민은 스프링캠프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
지난 마무리캠프와 비교해서도 컨디션은 좋다. 그는 “공을 회초리 치듯이 날카롭게 때리면서 던진다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마무리캠프 때는 몸이 무딘 듯 했다. 그 날카로움이 마무리캠프때는 없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비시즌에 공 던지는 것을 좀 쉬었더니 그 날카로움을 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구승민이 지금과 같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채 시즌에 돌입한다면, 롯데 입장에서는 불펜진에 새로운 카드 하나를 더 쥐게 된다. 지난해 셋업맨을 맡았던 조정훈이 팔꿈치 부상의 여파로 조심스럽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박진형, 손승락과 함께 뒷문을 책임질 또 다른 투수가 필요한데 구승민이 그 자리를 꿰찰 수 있기 때문. 구승민이 1군에 제대로 안착한다면 또 다른 영건을 발굴하면서 뒷문까지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만들게 된다.
과연 구승민의 우렁찬 기합소리를 1군 마운드에서도 자주 듣게 되는 날이 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