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좋게 옮긴 게 아니라 조심스럽다".
KIA 내야수 정성훈(38)은 지난 겨울 베테랑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1월 LG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돼 시장에 나왔고, 해를 넘겨서야 '고향팀' KIA에서 어렵게 기회를 얻었다. 지난 2003년 1월15일 현대 외야수 박재홍과 트레이드로 떠난 고향팀에 15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금의환향이라고 하기엔 정성훈의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웠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정성훈은 "팀을 좋게 옮긴 게 아니라 조심스럽다"며 전 소속팀 LG에 괜한 오해나 피해가 살까 걱정했다. 하지만 KIA 캠프에서 보름의 시간이 흘렀고, 정성훈도 이제 KIA 선수로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지난 14일 일본 킨구장에서 열린 일본 라쿠텐과 연습경기에는 2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우승팀 KIA에서 주전으로 뛰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정성훈은 마음을 이미 내려놓았다. 백업이지만 팀 내 야수 최고참으로서 노장의 힘을 보여줄 태세다. 다음은 정성훈과 일문일답.
- 캠프 시작 후 2주가 지났다. 15년 만에 돌아온 KIA는 어떤가.
▲ 처음에는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 조금 편해진 느낌이다. 분위기기 좋다. 과거 해태 시절 느낌은 없다. 같이 뛰었던 형들이 코칭스태프가 됐을 뿐이다. 세월이 흐른 만큼 많이 것이 달라져 있다.
- 임창용과 함께 마지막 해태 시절 선수이기도 하다.
▲ (임)창용이형 같은 경우는 마지막 해태의 우승도 하며 좋은 시절을 보냈다. 나 같은 경우 해태가 전성기 이후 조금 내려온 시기에 뛰었다. 왕조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 해태 선수로서의 자부심이 크진 않다. 고향팀이다 보니 예전 FA가 됐을 때 KIA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한 적은 있다.
- LG 시절 함께한 김기태 감독과는 어색함이 없겠다.
▲ 그때나 지금이나 감독님 훈련 스타일은 똑같다. 내게 특별한 주문은 없으시고, 하던대로 편하게 하라고 하신다. 괜히 오버해서 다치면 안 되니 편하게 해주길 바라신다.
- 캠프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나.
▲ 지금은 내가 어느 자리에서 뛸지 정해지지 않았다. 다시 3루 연습도 하고 있다. 언제 어디로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전부 대비를 해놓아야 한다. 방망이도 늘 그랬던 것처럼 집중하고 있다.
- 3루 수비는 오랜만인데 어색하지는 않나.
▲ 원래 포지션이 3루였기 때문에 어색함은 없다. 3~4년 정도 3루를 안 보긴 했다. 몸이 계속 따라줄지 모르겠지만 어깨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코치님들께 '3루 수비도 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코치님도 3루 연습할 것을 주문했다.
- 2003~2004년 현대에서의 우승이 마지막이다. 우승에 대한 목마름도 클 것 같다.
▲ 나 하나가 들어왔다고 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정도 선수가 아니다. 잘하는 선수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맞추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우승팀 분위기라는 것은 예전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잘 모르겠다. 현대 시절에 우승을 경험해 봤지만, 우승팀은 멤버가 워낙 좋다. 그래서 우승을 하는 것이다.
- 우승팀에 온 만큼 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부담이 있겠다.
▲ 지금 내 입장에선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FA로 좋게 팀에 합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승을 지켜야 하는 부담은 덜하다. 좋은 멤버들을 조금이나마 뒷받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한 활용 가치를 기대하고 팀에서 불러준 것이다.
- 지난 겨울 베테랑 한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 올해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역할에 맞게 정말 잘하고 싶다. 전에도 매년 야구를 잘하고 싶었지만 올해는 그런 마음이 더 커졌다. 앞으로 후배 선수들이 나이를 먹었다고 내쳐지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다.
- 올 시즌 첫 경기를 뛰면 KBO리그 역대 최다 출장자가 된다.
▲ 기록을 의식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쌓일수록 기분이 남다르다. 지금까지 열심히 하다 보니 기록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이런 기록들은 나 혼자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 올 시즌 목표를 말하자면 무엇이 있을까.
▲ 매년 같은 질문을 받지만 야구를 할 때 딱히 목표를 세우고 하진 않는다. 예전같이 주전이 아니기 때문에 목표가 더더욱 없다. 개인 목표는 세울 수 없다. 주전은 포지션과 역할이 정해져있지만 난 그렇지 않다. 빨리 팀의 일원이 돼 내가 해야 할 백업으로서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 KIA 팀 내에서 최고참 야수이기도 하다.
▲ 주전들은 이미 잘하고 있는 선수들이라 내가 무슨 말을 해줄 게 없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전할 수 있는 조언이 있을 것이다. 벤치에 있을 때 야수 최고참으로서 여러 조언들을 해줘야 한다. 이 역시 KIA에서 내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