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과 똑같이 경쟁하겠다".
현역 최다승(135승)에 빛나는 배영수(37·한화)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어린 선수들과 동일한 훈련 스케줄을 따르고 있다. 3번의 불펜피칭을 던지며 투구수를 60개로 끌어올렸다. 실전경기 투입 준비를 끝마쳤다. 오는 21일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전 선발투수로 첫 등판 일정도 일찌감치 잡혔다.
배영수는 "몸 상태는 아픈 데 없고 좋다. 이 나이에 아픈데 없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며 웃은 뒤 "캠프에서 한 장, 한 장 만들어가는 중이다. 시즌 시작까지 100장을 만들어야 잘 찢어지지 않는다. 시즌 준비할 때까지 한 페이지씩 쓴다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베테랑답게 자신만의 훈련방식을 유지한다.
한화는 새로운 코칭스태프 체제에서 자율 훈련 분위기가 스며들었다. 19년차 베테랑 배영수는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알아서 훈련법을 찾아 하는 스타일이다. 내 입장에선 지금의 자율 훈련이 편하다"면서도 후배들에게 "이걸 잘 받아들여야 한다. 마냥 분위기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각자 해야 할 것을 다하고 난 뒤에 분위기가 좋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도 배영수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송진우 코치는 "배영수는 후배들을 챙기며 훈육도 잘한다. 꼭 필요한 선수"라며 "캠프에서 훈련도 본인 의사에 맡겨놓았다. 알아서 잘하고 있다. 공이 빠르진 않지만 경험이 많고, 상대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선수"라고 선발 경쟁을 기대했다.
배영수는 후배 투수들과 같은 위치에서 함께 뛰며 경쟁을 선언했다. 그는 "후배들과 똑같이 선상에서 출발한다. 훈련도 똑같이 하고 있다. 특별 대우는 원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내가 먼저 처질 이유는 없다. 나이랑 관계 없이 같은 훈련을 하며 후배들과 경쟁을 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8일 휴일 저녁에는 1991년생 이하 후배 투수들을 다 모아 식사를 한 턱 쐈다. 이 자리에서 배영수는 "날 이기려 해야 한다"며 후배들에게 강한 자극을 주기도 했다. 한화는 김재영·김진영·김민우·김범수 같은 가능성 있는 젊은 투수들을 선발로 키우려 한다. 배영수도 10살 넘게 어린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팀에 건강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물론 배영수도 흐르는 세월을 모를 수 없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2~3년, 짧으면 당장 올 시즌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며 "12~1월부터 지금까지 준비가 잘되고 있다. 올 시즌은 기록적인 목표는 없다. 누가 보더라도 안정된 모습, 기복 없는 투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w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