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에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황재균(31·kt)은 이미 마법사 군단 일원으로 자리잡았다.
황재균은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는 11월, kt와 4년 총액 88억 원에 계약했다. 2016년까지 롯데에서 7년간 뛰던 그는 2017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고, 여름 빅 리그를 밟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일찌감치 KBO리그 컴백을 선언한 그는 kt와 계약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kt가 미국에 있던 그에게 진정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황재균은 주저하지 않고 kt와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 전후에도 국내에서 몸을 만들던 그는 지난달 17일, 미국으로 먼저 출국했다. kt 본진 출국일이 29일이었으니 이보다 2주 가까이 빠른 시간이었다. 그만큼 올 시즌 향한 각오가 상당했다. 황재균은 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키노스포츠컴플렉스의 kt 본진과 합류,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캠프지에서 만난 황재균은 "걱정이 많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계약 직후 인터뷰에서도 패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그였기에 의외였다. 황재균은 "매년 캠프만 오면 긴장된다. 사실 캠프 때 컨디션 좋았던 적이 없다. 매년 걱정만 했다. 간만에 투수 공을 보니 못 치는 게 당연한데도 '큰일 났다'는 느낌이다. 초조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황재균은 "고민은 캠프에서 내려놓고 와야 한다. 컨디션 고민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지금 받아야 한다. 시즌까지 가져갈 수 없다. 차라리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2010년부터 줄곧 롯데에서 뛰었고, 지난해는 샌프란시스코 캠프에 참여했다. kt 적응을 거쳐야 하는 상황. 그는 이미 적응을 마쳤다. 황재균은 "선수들이 잘해줘서 적응 잘하고 있다. (윤)석민이 형, (박)경수 형은 물론 후배들도 서슴없이 다가온다"고 전했다.
그가 느낀 kt 훈련 분위기는 '효율성'이었다. "kt의 훈련량이 적은 건 아니다. 다만, 시간이 짧다. 그 안에서 밀도 있게 훈련하는 시스템이다. 힘 있을 때 제대로 몰아서 하고 쉴 땐 쉰다. 이게 좋은 것 같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이면 모든 운동이 끝난다. 따로 회복 시간이 시스템화 돼있을 만큼 휴식을 중시한다".
황재균과 더스틴 니퍼트의 영입으로 kt 탈꼴찌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진욱 감독도 시무식에서 '5할 승률'을 목표로 내걸었을 정도. 황재균도 동의했지만 이유는 다소 달랐다. 황재균은 "감독님 말씀에 동의한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나 말고도 좋은 선수가 많다. 내가 가세해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마침 올라갈 때가 됐는데 타이밍 좋게 내가 가세한 것 뿐이다. 나만 잘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다"고 전했다.
타순은 연연하지 않는다. 감독이 원하면 1번이나 4번, 그 아래도 가능하다는 황재균이다. 이는 그의 목표와도 맞닿아있다. 황재균은 줄곧 '20홈런-20도루'를 목표했지만, 사실 진짜 목표는 100타점이다. "도루를 줄이더라도 100타점 기록은 꼭 하고 싶다. 20홈런에 20도루, 100타점을 기록한다면 첫 시즌임을 감안해 만족할 것이다. 강팀이라면 5~6번에서 타점을 많이 올려야 한다. 때문에 굳이 4번타순에 연연하지 않는다".
황재균의 초점은 개막전에 맞춰져 있다. 황재균은 "개막하자마자 달리겠다. 나도 보여주고 싶다. 물론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여론은 올해 성적이 난다면 달라질 것이다. 팬들이 기대하시는 게 느껴진다. 보답하겠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