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를 통해 개봉을 앞둔 영화를 미리 본 관객들의 온라인 평점이 개봉 후 영화의 흥행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영화의 선택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입소문이든 네티즌들의 평점이든 높은 점수에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CGV 리서치센터가 관람객 1006명을 대상으로 신뢰하는 영화 관련 평가를 조사한 결과, 인터넷 포털 평점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29.7%로 1위를 차지했다. 영화 관련 커뮤니티 평가(19.1%), 지인의 평가(18.2%), 영화 평론가 평점(15.7%)보다 높은 수치이다.
개봉 전 보고 싶었던 작품이 시사회 후 평가가 좋지 않거나 네티즌들의 댓글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띠면, 관객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들의 평점에 큰 영향을 받아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짙다.
네티즌들의 평가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평점과 후기를 따라 선택하려는 마음이 큰 것이다. 평점이 높을수록 사람들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극장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이른바 ‘평점 1점’ 테러로 몸살을 앓았다. 개봉 당일 2027개의 스크린수가 독과점 논란을 불러온 게 화근이었다. 또 일부 관객들은 역사 왜곡이라고 비난하며 낮은 평점을 주기도 했다.
‘불한당’은 연출자 변성현 감독의 SNS 글로 인해 작품의 내용에 관계없이 평점테러를 받았다. 변 감독이 특정 지역과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던 것. 대선 당시 특정 후보들에 대해 저속한 표현을 했던 글도 공개돼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한편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교제 사실이 공개된 후 첫 작품이어서,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음에도, 평점 테러를 당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 본인의 몫이다. 한 작품이 모든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관객 수가 얼마나 들었느냐를 떠나 본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느꼈다면 그게 바로 좋은 영화인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아직까지는 네티즌들이 남긴 포털 사이트 평점이 영화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밖에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영화계에도 포털사이트 및 SNS를 통한 평점이 아닌 신뢰도 높은 평점 시스템이 도입돼야할 시점이다.
영화감독 및 제작사들이 유념해야할 것은 영화의 실패가 특정 해프닝이나 네티즌들의 평점 테러로만 여기지 말고 근본적으로 관객들의 수준과 인식이 높아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평점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