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한기주는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잘 알고 있다.
수 차례 수술대에 오르며 기나긴 재활 과정을 거쳤기에 마운드에서 던지는 공 하나 하나가 아주 소중하다. 단 1개라도 허투루 던질 수 없을 만큼. 한기주에게 오른팔은 공을 던지는 도구가 아닌 세상을 인식하는 도구와도 같다.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지난해 11월 이영욱(KIA)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한 한기주는 17일 일본 오키나와 킨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이적 후 첫 선을 보였다.
5-4로 앞선 5회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피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이마에(유격수 땅볼)와 긴지(좌익수 플라이)를 범타로 유도한 한기주는 우치다에게 좌월 솔로 아치를 허용하고 말았다. 곧이어 아다치를 3루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날 임무를 마쳤다.
경기 후 한기주에게 이적 후 첫 등판 소감을 묻자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투구 밸런스가 잘 맞았고 공도 잘 들어갔다"면서 "홈런을 허용한 게 아쉬운 부분이다. 한가운데 몰리는 바람에 얻어 맞았다"고 대답했다.
한기주는 정들었던 광주를 떠나 대구에 새롭게 터전을 마련했다. 낯설 만도 하지만 팀분위기에 빠르게 녹아 들었다. 동료들과 서스럼없이 잘 어울리면서 분위기 적응을 마쳤다. 그는 "어차피 프로야구 선수는 전국을 다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이다. 적응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어딜 가든 선후배가 다 있고 다들 잘 대해주셔서 적응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때 150km대 광속구를 뿌렸던 한기주는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은 뒤 구속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세상의 이치. 한기주는 힘을 빼고 던지면서 리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일까. 그는 "구속은 잊은 지 오래다. 구속에 욕심을 내면 힘이 많이 들어가고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밸런스와 컨트롤 위주로 던지는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기주는 이어 "코치님께서 충분히 더 강하게 던질 수 있다고 하시는데 코치님께서 시키는대로 해보겠다. 잘 된다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부상 방지가 목표. "안 아파야 내가 가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아프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수 년간 부상 악령과의 사투를 벌였던 그이기에 누구나 알면서도 잊고 지내는 기본적인 행복인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