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합니다. 결과가 좋을 것 같네요".
kt는 지난 가을,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 영입 소식을 전했다. 이 코치는 현대에 입단하며 야구단과 연을 맺었다. 그는 김민성, 박병호, 유한준 등의 벌크업을 이끈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넥센이 역대급 홈런군단으로 자리매김하며 '넥벤저스'로 불린 데에는 이지풍 코치의 몫이 컸다.
이지풍 코치는 11월부터 kt 트레이닝 파트를 맡았다. 당시 그는 "길게 잡으면 시범경기 포함 5개월이 남았다. 이때 잘 준비하면 내년 시즌에 즉각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선수들의 의욕이 넘치는 것 같다. 나도 심장이 뛴다"고 밝힌 바 있다.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이 코치는 "4개월의 결과는 아주 만족한다. 선수들이 프로그램을 잘 따라와줬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겨우내 이지풍 코치와 함께한 선수들은 수두룩하다. 고영표, 엄상백, 주권 등 kt의 미래 마운드 자원부터 이해창, 송민섭, 이창진 등 야수진까지 벌크업 열풍에 대거 합류했다. 이들은 매일 같이 수원 kt위즈파크에 나와 몸 만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마냥 찌우기만 하는 건 아니다. 가령, 나란히 군 전역한 송민섭과 이창진만 해도 다른 접근법이었다. 송민섭은 근육량을 늘렸고, 이창진은 지방을 줄였다. 결국 '야구하기 좋은 몸'을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인 셈이다.
'거포형 포수' 이해창은 설명을 보탰다. 이해창은 이번 겨울 동안만 7kg 이상 증량했다. 순수하게 근육 위주로 늘었기에 힘이 붙은 건 당연하다. "평소 벌크업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 부위당 네 번씩은 운동했다. 하지만 이지풍 코치님은 휴식을 강조하신다. 한 주에 같은 부위를 두 번 이상 운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야구 선수인 이상 근육량을 늘리는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걸 운동 능력으로 이어가는 게 숙제다. 이해창은 "확실히 타구에 힘이 붙었다. 단시간에 이런 변화가 생겨서 신기하다. 실전에서 보여주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지난해 kt 마운드 최대 발견인 고영표도 마찬가지. "던지는 입장에서는 확실히 볼에 무게가 생겼다. 구위가 좋아졌다. 구속을 재본 건 아니지만, 큰 변화가 없더라도 만족한다. 공을 받아준 불펜 포수 형은 '작년과 비교도 안 된다'고 칭찬해줬다".
외인 타자 멜 로하스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몸을 불려왔다. 로하스는 "겨우내 아무 생각 없이 운동만 했다. 다른 이유 없다. 결국 더 많은 장타를 치기 위해서다"라며 "아직 시즌에 들어간 건 아니지만 타구 속도는 확실히 빨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지풍 코치는 "로하스가 참 기특하다. 스스로의 판단으로 몸을 불렸다. 결국 '강한 타구를 치기 위해서 근력 향상은 필수'라는 사실이 정도(正道)가 아닐까.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라고 밝혔다.
'지풍 매직'. 넥센 시절 팀 체질을 바꾼 이지풍 코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하지만 프로야구단에서 혼자 힘으로 마법을 부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개인의 확고한 철학과 그걸 뒷받침하는 이론, 노력과 방향성이 더해진다면 마법에 몇 걸음 더 다가설 수는 있다. 이지풍 코치의 가세가 만든 변화는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ing@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