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으로서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제 삶은 그러하고 싶지 않다. 영화와 비교해 제 인격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여배우 폭행 사건 논란에 휩싸였던 김기덕 감독의 말이다.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으로 제 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스페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김 감독은 17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말했다.
전 세계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폭행 사건의 전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를 피하지 않고 해명한 것.
김 감독은 당시 사건에 대해 "4년 전 영화 '뫼비우스'를 촬영하며 일어난 유감스러운 사례"라며 "많은 스태프가 보는 가운데 연기 지도 리허설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스태프들 중에는 그런 상황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없었다. 연기 지도 과정에서 그 배우만 다르게 해석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 판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시스템과 연출 태도를 바꿨고 많이 반성했다. 4년 전 일이 이렇게 고소 사건으로 된 것이 유감스럽다"고 안타까운 마음도 내비쳤다.
또 "제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제 삶은 그렇지 않다. 영화와 비교해 제 인격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하며 "제가 영화를 만들 때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첫째는 안전으로 그 누구에게도 상처와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존중이다. 영화가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배우나 말단 스태프를 인격을 모독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영화 제작에 대한 신념을 설파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로 영화를 만들어 왔는데 그런 사건이 벌어진 것이 유감스럽다. 이번 일이 영화계 전반과 연계되는 것은 원하지 않고, 개인적 사건으로 이해하고 반성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김 감독이 그간 자신의 영화 속에 잔인함과 근친상간 등을 묘사해 온 것에 대해서는 "인간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작품과 관련해서는 "작품 속의 조폭이 상징하는 것은 군인이다. 전쟁을 영화에서 압축하고 싶었다"라며 "인류는 어떻게 시작해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담으려 했다. 저희 회사 자본 2억 원으로 아주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들었지만 제가 넣고 싶은 메시지는 다 넣었다"라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나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초대해준 영화제 위원장 등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자신의 영화와 인격이 별개라는 솔직한 고백은 김 감독이 나름 용기있게 꺼내 보인 '진짜'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김 감독 영화에서 그려지는 폭력적인 관계와 상황 설정들이 실제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는 것. 이를 두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인데 어떻게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가 있느냐', '그럼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의견과 '영화는 영화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 '실제 감독의 모습과 영화의 세계관은 별개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영화 감독의 선한 영향력에 관련된 문제 역시도 상기시킨다.
한편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A씨를 폭행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김 감독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검찰 조사에서 A씨의 뺨을 두 차례 때린 사실을 인정했지만 연기를 위해 감정 이입을 도우려는 취지였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베드신 강요와 관련해 강제추행 치상 및 명예훼손의 혐의도 주장했으나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nyc@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로 잡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12월 7일 <‘여배우 폭행 혐의’ 김기덕 감독, 벌금 500만원 기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45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 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