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하게 화제의 외화에 맞서는 연휴 전문 '조선명탐정' 시리즈다.
어찌보면 얄궂은 운명이다. 지난 2015년 2월 11일 개봉한 '조선명탐정' 2편인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은 당시 전국 387만여명(영진위)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호성적이지만 생각지 못한 복병의 등장에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당시 같은 날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강력한 라이벌이 된 것. 결국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은 제치고 61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 설 연휴의 승자가 됐다. 당시 전세계적으로 '킹스맨' 열풍이 상당했고 한국에서도 SNS를 통해 관객들의 열띤 지지를 얻었던 바다.
그래도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은 당시 화제의 한국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자존심을 세웠다. 설날 연휴기간에 '킹스맨:에이전트'를 꺾고 1위를 탈환하는 등 시리즈의 저력을 발휘했던 바다.
2년 뒤인 2018년 설 연휴 극장가에서 비슷한 양상이 재현되고 있다. 복병일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의 화력을 뿜어낼 줄은 몰랐던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 '블랙 팬서'와 쉽지 않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지난 8일 개봉한 '조선명탐정' 3편인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은 17일까지 187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해 3위까지 내려앉았지만 다시 2위로 올라서는 역주행을 펼치기도 했다.
이보다 한 주 뒤인 14일 개봉한 '블랙 팬서'는 17일까지 249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줄곧 1위 수성 중이다. 일일 관객량에 있어서 압도적이라 할 만 하다.
'킹스맨'이라는 센세이셔널한 화제작을 만난 것에 이어 흥행 불패를 자랑하는 디즈니-마블의 2018년 첫 작품을 만나 고군분투하고 있는 조선 탐정들.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지만, '조선명탐정' 시리즈마저 없었다면 설 연휴 외화 독식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을 것이다.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운명적으로(?) 갖추게 된 드라마다. /nyc@osen.co.kr
[사진] 영화 스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