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자란 캐나다를 상대로 귀화 선수들은 눈물겨운 싸움을 펼쳤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8일 강원도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A조 조별예선 3차전서 세계랭킹 1위 캐나다에 0-4(0-1 0-1 0-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3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조 최하위가 된 한국은 8팀이 겨루는 플레이오프서 8강전 합류 싸움을 펼치게 됐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펼쳤다. 좀처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정몽원 회장이 르네 파젤 IIHF회장과 담판을 짓고 적극적인 투자와 귀화 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을 통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개최국 자동 출전권이 없는 상황에서 수준이 떨어지는 팀을 받지 않겠다던 IIHF를 설득한 끝에 올림픽에 나섰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적극적으로 귀화 선수를 찾았다.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AHL)에서 뛰어난 선수들에게 귀화 여부를 물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브락 라던스키였다. 캐나다 출신의 라던스키를 시작으로 한국은 총 7명의 선수를 귀화 시켰다. 마이크 테스트위드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캐나다 출신이다.
이날 상대인 캐나다는 엔트리에 전직 NHL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들의 NHL 출전경기 수를 모두 더하면 5544경기에 이른다.
2010-2011시즌 보스턴 브루인스에서 우승을 경험한 크리스 켈리가 833경기로 가장 많은 NHL 경험을 자랑한다. 데릭 로이(738경기), 르네 보크(725경기) 등이 한국에 왔다.
캐나다는 5개월간 5개 대회에서 75명을 테스트해 25명의 엔트리를 추렸고 평균나이 31세가 말해주듯 베테랑 위주로 선발했다. 25명 중 러시아대륙간하키리그(KHL) 소속 선수는 13명이다. KHL은 NHL에 이은 세계 2위 리그로 통한다.
캐나다가 두려웠던 이유는 같은 조에 속한 체코가 개인기가 좋다면 스위스는 조직력이 장점이다. 그런데 캐나다는 체코보다 개인기도 좋다. 말 그대로 개인기와 조직력이 모두 좋은 팀이다.
스위스전 완패 후 스위프트는 조별예선 마지막 상대인 캐나다에 대해 "캐나다는 세계최고의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하는 것은 특별한 감정"이라며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캐나다는 태어날 때부터 스케이트를 타는 나라다. 우리는 도전자 입장이지만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수문장 맷 달튼은 "우리는 귀화 선수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헌신했고, 노력했다.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라며 "귀화 선수들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것을 알지만, 그들도 그들만의 의견이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를 한 명의 대한민국 선수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건 정말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태어나고 자란 캐나다를 상대로 이들은 최선을 다해 싸웠다. 자신보다 훨씬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스위프트는 공격적인 움직임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평소보다 더 많이 움직였다. 에릭 리건과 알렉스 플란트 등 수비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스위프트는 골과 어이스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조국 캐나다를 상대로 펄펄 날았다. 인터셉트 혹은 빠른 공격을 펼치면서 결정적인 기회를 동료들에게 만들어 줬다. 완벽한 마무리가 되지 않았지만 스위트프가 없었다면 백지선호의 분전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달튼의 선방도 계속됐다. 캐나다가 파상공세를 펼치는 동안 달튼은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한국은 달튼의 활약을 바탕으로 반격을 노릴 수 있었다. 특히 달튼은 2피리어드 막판 캐나다의 공격 때 크리스 앞에서 완전이 엎어진 상황에서도 퍽을 지켜냈다. 2골을 내준 상황이지만 더이상 실점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달튼은 조국 캐나다를 상대로 49개의 슈팅 중 45개를 막아냈다. 온몸을 날리며 크리스를 지켰다.
물론 귀화 선수들만 최선을 다한 것은 아니었고 국내 선수들도 몸을 아끼지 않았지만 캐나다를 상대로 귀화 선수들의 움직임은 분명 그들이 왜 대한민국을 선택했는지를 입증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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