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으로 연희단거리패를 통해 사과했던 이윤택이 직접 취재진 앞에 나서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고 사과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는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수많은 방송사 카메라가 몰렸고, 연극계 관계자와 일반인도 기자회견장을 찾아 취재진이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윤택은 오전 10시께 모습을 드러냈고, 2~3분 동안 자신의 입장과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 극단 후배들에게 다시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는데 번번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내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비롯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관행과 관습적으로 생겨난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죄의식에 있으면서도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윤택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성폭행 주장을 인정하느냐?" "합의된 성관계라면 왜 사과를 하느냐?"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인정하느냐?" "성폭행 당한 뒤 한 명은 낙태, 또 한 명은 후유증으로 임신 불가 판정을 받았다" 등 그를 향해 성추행 및 성폭행 의혹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윤택은 "성관계는 사실이 맞다. 하지만 일방적인 폭력은 없었다. 상호 간의 믿고 존중하는 최소한 그런 관계라고 생각했다"며 성폭행 주장을 부인했고, 일부에서는 격앙된 목소리로 그를 비난했다.
또한, 연극계 관계자들은 이윤택의 발언에 한숨을 쉬면서, "거짓말이다"며 소리를 쳤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한 여성은 '사죄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에게'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이윤택을 주시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고성이 오갔지만, 다행히 과격한 몸싸움이나 충돌이 일어나진 않았다.
이와 함께 마지막에 한 연극 관계자는 "관련 없는 작품의 여성 배우에게 발성을 알려준다고 하면서 왜 온몸을 더듬었느냐?"며 또 다른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고, 이윤택은 "그 배우가 나한테 성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지금 알았다. 그런 생각을 했다면 사죄하겠다"고 답했다.
10시 20분께 이윤택 측은 "질문을 그만 받겠다"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때 이윤택은 안경을 벗고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고, 곧바로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으로 한국 연극계 거장으로 불렸던 이윤택을 비롯해 최근 연극배우 이명행 성추행 폭로까지 공연계에는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퍼지고 있다./hsjssu@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