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와 계약이 무산된 '돌부처' 오승환(36) 측이 입을 열었다. 몸값을 내리기 위한 텍사스 측의 이중 행태에 실망하며 '몸값을 올려줘도 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현재 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텍사스 담당기자 T.R 설리번과 미 '팬랙스포츠' 존 헤이먼 등 여러 비트라이터들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일제히 "텍사스와 오승환의 계약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오승환과 텍사스가 1+1년 최대 92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보도된 지 11일 만이다. 존 다니엘스 텍사스 단장은 물론 오승환 측에서도 이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가 없었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의 보도만을 가지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보도 다음날인 19일, 오승환의 에이전시인 스포츠인텔리전스 김동욱 대표와 연락이 닿았다. 김 대표는 "오승환과 텍사스의 계약은 무산됐다. 우리는 텍사스와 계약할 의사가 없다. 몸값을 올려주더라도 마찬가지다. 미 현지 보도처럼 텍사스 측이 건강상의 문제로 이의를 제기했다"고 입을 열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승환의 몸 상태다. 결론부터 말하면 팔에 이상이 있는 것은 맞다. 구체적으로는 MRI 촬영에서 팔꿈치 염증이 발견됐다. 다만, 그것이 오승환의 투구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라는 게 에이전트의 설명이다.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시절부터 팔꿈치 염증이 있었다.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할 때도 MRI로 확인한 부분이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는 투구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 계약을 진행했다. 실제로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에서 2년간 이렇다 할 부상 없이 활약하지 않았나".
텍사스도 오승환의 '현재'는 인정했다. 오승환의 팔꿈치 문제가 투구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데 동의한 것. 하지만 '향후 부상 가능성'을 걸고 넘어졌다. "팔꿈치에 염증이 있으니 부상 위험이 있지 않냐"는 게 텍사스의 주장이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부상의 위험은 어느 선수든 지니고 있다. 팔꿈치 염증이 없는 선수라도 부상 위험은 상존한다.
물론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각자의 메디컬 기준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인트루이스에서 통했던 기준이 왜 텍사스에서는 안 되나'라고 항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오승환의 검진 결과를 두고 당장의 수술이나 등판 불가 여부를 논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에이전트의 이야기다.
텍사스 측이 이를 걸고 넘어진 건 결국 몸값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텍사스는 오승환의 팔꿈치를 문제삼으며 "몸값을 낮추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현지 언론에는 "오승환과 계약이 무산됐다"는 소리를 흘렸다. 그러자 미 현지에서 계약 무산 기사가 생산된 것. '계약이 무산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별다른 설명 대신 오승환 측에게 몸값 깎기를 시도한 것이다.
만일 텍사스가 오승환의 팔꿈치를 정말 염려했다면 굳이 몸값을 낮춰가면서까지 그를 잡아둘 이유가 없다. 부상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으면, 그와 계약하지 않는 쪽이 더 합리적이다. 오승환 측은 이런 태도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김동욱 대표는 "메이저리그 구단답지 않은 모습에 실망했다"라며 "최악의 경우에는 국내 복귀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와 계약이 불발됐지만 오승환의 1순위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잔류다. 실제로 모 구단과도 접촉 중인 상황이다. 오승환은 텍사스의 행태에 실망한 상황에서도 현재 개인 불펜 포수를 고용하고 훈련 중이다. 오승환에게 관심을 갖고 19일 훈련을 지켜본 구단이 있다. 아울러 20일 훈련에도 오승환을 보러 오겠다는 팀이 있는 상황이다. 굳이 텍사스가 아니어도 돌부처는 여전히 시장의 관심이다.
오승환의 향후 행선지는 어디일까. /ing@osen.co.kr
[사진] 파파고(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