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로 불거진 문제는 결국 농구로 풀어야 한다.
프로농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DB는 최근 4경기서 주포 두경민(27)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부상도 없고 징계도 아니다. 두경민의 개인사정도 경기출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두경민이 리더로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다.
두경민은 10일 현대모비스전에서 19분 동안 야투시도가 단 하나였다. 자유투로 1점을 얻는데 그쳤다. 두경민이 시즌 평균 12.2개의 야투를 시도해 16.5점을 넣는 선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상적인 경기는 분명 아니었다. 결국 이상범 감독은 19분 만에 두경민을 벤치로 불러들였고, 다시는 출전시키지 않았다.
두경민이 빠진 11일 KGC전에서 DB는 91-93으로 패했다. 이재도에게 29점을 줬다. 그래도 DB는 막판까지 역전슛을 시도하는 등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 이후 3경기서 DB는 3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다. 신인 이우정과 박지훈, 김영훈 등이 깜짝 활약을 해주면서 두경민의 공백을 충분히 메우고 있다.
최근 두경민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농구 때문만은 아니다. 챔프전 기간에 결혼날짜를 잡은 점, 약혼자에게 악플을 단 네티즌과의 설전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소송까지 갈 분위기다. 두경민은 “그것 때문에 심적 이상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심한 부분이 있어 바로잡고 싶었다. 여자친구의 얼굴사진을 칼로 찢어서 보내는 등 과한 부분이 있어서 가족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하며 “결혼날짜는 경기가 있으면 미룰 생각이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상범 DB 감독도 두경민의 개인사 때문에 그를 자체 징계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선수의 사생활에 간섭할 생각은 전혀 없다. 결혼날짜도 두경민이 미리 이야기했었다. 경기와 겹치지만 않는다면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SNS 등의 문제도 지인들이 사진을 보내줘 나중에 알았다. 지금 두경민이 빠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두경민은 농구장 안에서 동료들과의 문제가 크다. 리더는 팀원들이 모두 인정할 때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 시즌 중반까지 두경민은 누구나 인정하는 리더였다. 윤호영, 김주성 등 팀내 고참들이 많지만, 실질적으로 팀을 끌고 가는 에이스로 두경민을 누구나 인정했다.
하지만 현재 그 믿음이 깨졌다. DB농구의 핵심은 조직력과 희생이다. 누구 한 명의 능력으로 끌고 가는 팀이 아니다. 이상범 감독은 두경민을 빼서 당장 몇 승을 포기하더라도 그 철학을 고수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법이다. 두경민도 예외는 없었다. 이상범 감독은 최근의 4경기로 그것을 실천하고 증명했다.
결국 두경민이 굽혔다. 그는 19일 국가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동료들에게 사과했다. 두경민은 “내가 잘못한 문제가 있다. 선수들과 감독님에게 죄송하다. 팀은 잘하고 있다. 나로 인해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가대표 소집기간에 KBL은 일주일 휴식기를 갖는다. 두경민에게는 차라리 잘 된 일이다. 그렇다고 이번 사건이 아직 자연스럽게 봉합되지는 않았다. 두경민이 먼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상범 감독은 “대표팀 소집기간이 끝난 뒤 두경민을 받아줄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두경민에게 달린 문제”라고 밝혔다. 두경민이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다시 팀원이 될 수 있다.
농구는 팀스포츠다. 잘하는 한 두 명만으로 이길 수 없는 경기다. 각 팀에서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이 모두 모인 대표팀은 오히려 희생정신이 더 강조된다. 이런 의미에서 허재 대표팀 감독도 두경민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봤다. 허 감독은 “두경민을 보자마자 '정신 좀 차렸냐?'고 했다. 우승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이상범 감독이 두경민을 제외한 것은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감독이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지도자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팀을 초월하는 선수는 있을 수 없다는 것.
대표팀에서 두경민은 몇 분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허재 감독도 DB 내부사정과는 상관없이 두경민에게 기대한 만큼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두경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가차 없이 빼겠다는 말도 했다.
대표팀 경기가 끝나면 두경민은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그가 다시 DB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나설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태도에 달렸다. 농구장 안팎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첫째다. DB가 이번 시련을 잘 극복한다면 오히려 우승으로 가는데 있어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