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진입. 누군가에게는 소박한 목표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이다. 김종성(24·kt)은 후자다. 그 꿈을 위해 오늘도 매일 같이 훈련 중이다.
스프링캠프 훈련 시계는 각 팀마다 제각각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 1차 캠프를 차린 kt는 그 중에서도 일찍 마치는 축에 든다. 엑스트라 훈련을 마쳐도 3시면 마무리. 오전 10시부터 워밍업이 시작되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마감이다.
물론 선수들은 오후 및 야간에 개인적으로 훈련을 진행한다. 아직 1군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지만 당당히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된 김종성도 그 중 한 명이다. 김종성은 매일 10시, 세탁기 앞에서 배트를 돌린다.
김종성은 올해 처음으로 미국 스프링캠프지를 밟았다. 김종성은 경남고-경성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육성선수로 kt에 입단했다. 2017년 퓨처스리그에서 72경기 출장, 타율 2할8푼5리, 5홈런, 3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48을 기록했다. 육성선수임에도 자질을 인정받아 퓨처스리그 주전 외야수 자리를 도맡았다. 이상훈 kt 퓨처스팀 감독은 "처음에는 정말 부족했다. 하지만 꾹 참고 기회를 줬다. 장래를 봤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라고 칭찬했다.
김종성은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처음으로 김진욱 감독 눈도장을 받았다. 당시 그를 지켜본 김 감독이 "김종성에게 경찰청 시절 최형우 느낌이 난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지난해 연봉 협상 당시, kt는 1군 경험 없는 선수들을 전부 동결했다. 삭감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파격이었다. 그러나 김종성은 100만원 인상된 2,800만원에 도장찍었다.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는 설명.
생애 첫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김종성은 "이맘 때면 항상 추운 곳에서 야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마무리캠프를 시작으로 연이어 참가하게 돼 설렌다"라고 밝혔다. 황재균, 멜 로하스, 박경수 등 베테랑 타자는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확실히 다르시다. TV로만 봐도 그런데 실제로 보니 기본기에서 나와 다른 것 같다"며 감탄했다.
캠프가 한창 진행 중이던 어느날 밤 10시, kt 숙소 세탁기 앞에서 방망이 휘두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연히 이를 포착한 뒤 '도촬'했다. 김종성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루틴이다. 시간과 상관 없이 늦게까지 스윙한다. 일종의 예습, 복습 시간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왜 하필 세탁실 앞일까. 오후 훈련을 마친 후 저녁 식사한 뒤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개인 훈련을 진행한다. 그러다보면 옷이 흠뻑 젖는다. 매일 빨래를 할 수밖에 없다. 김종성은 세탁기가 돌아가는 50분, 건조기가 돌아가는 50분. 이렇게 100분을 매일 스윙한다. 김종성은 "오늘 훈련 때 안 됐던 부분을 체크하고, '다음 날 이렇게 고쳐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종성이 신경쓴 건 '어깨가 빠지지 않고, 타구를 투수한테 보내는 느낌으로' 스윙하는 것.
김종성은 "(김)동욱이 형과 방을 함께 쓴다. 야간 훈련도 매일 함께 한다. 오전 훈련에도 같은 외야수다보니 타격 조에 함께 편성된다. 잘못된 점을 많이 알려주신다.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종성의 목표는 단촐하다. '개막 엔트리 진입은 바라지 않지만, 단 한 번이라도 1군에 올라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소박할 수 있지만 아직 1군 경험이 없는 그에게는 여전히 꿈이다. "꾸준히 1군 엔트리에 있는 타자가 되고 싶다. 홈런 한 번 치는 장면도, 팬들이 '해결사'라고 불러주시는 장면도 꿈꾸고 있다".
훈련 시간은 짧지만, 선수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종성은 그 증거 중 하나다. /ing@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