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서는 윤정우(30·SK)의 타고난 신체능력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특정 팀에 국한되지 않았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무관 SK 퓨처스팀(2군) 감독은 “건장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데다 발도 빨랐다. 이대형(kt)에 결코 뒤지지 않았을 정도”라고 윤정우를 기억한다.
그러나 그 신체능력이 발휘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상이 가장 큰 적이었다. 군 복무 시절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이 결정타였다. 의학적으로는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의 병은 좀처럼 치유되기가 어려웠다. 윤정우도 “원래 100으로 뛸 수 있다면, 근래에는 아플까봐 두려워 80~90 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아플 때는 ‘안 하고 싶다’, ‘쉬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KIA 소속이었던 2016년 46경기에서 타율 2할9푼9리를 기록하며 방망이는 소질을 드러냈다. 그러나 무릎에 대한 불안감은 수비와 주루에서의 소극적인 모습으로 이어졌다. 최형우가 합류한 2017년은 경쟁이 더 힘겨웠다. 그랬던 윤정우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지난해 4월 초 단행됐던 SK와 KIA의 4대4 트레이드였다. 당시 윤정우는 이홍구 노수광 이성우와 함께 SK 유니폼을 입었다.
나머지 세 선수는 1군에서 꾸준히 뛰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노수광은 주전 중견수가 됐고, 이성우는 든든한 백업포수로 야구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뒤로 미뤘다. 이홍구는 구단이 기대하는 차세대 포수다. 하지만 윤정우는 1군에서 기회가 없었다. 퓨처스리그 44경기에서 타율 3할4푼8리로 활약했으나 무릎 상태가 계속 걸렸다. 결국 재활군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SK로 온 선수뿐만 아니라, KIA로 간 선수들도 모두 1군을 경험했다. 8명의 선수 중 오직 윤정우만이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트레이드 당일까지만 해도 외야가 좋은 SK로의 트레이드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던 윤정우는 다른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음지에 있었다. “섭섭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떠올린 윤정우는 “어렸을 때는 마냥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하다 보니 위기의식이 생기더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가 전환점이었다면, 올해는 승부처다. 어느덧 나이가 서른을 넘었다. 윤정우 스스로도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치고 나가지 못하면 야구를 그만둬야 할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승부수를 위해 마음의 벽을 깨기로 마음먹었다. 아프면 겁부터 먹었던 자신의 마음을 고치기로 다짐했다. 윤정우는 “스스로 만족을 못했다. 두려움을 떨쳐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는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이겨내야 한다’는 식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SK의 1군에는 장타력이 좋은 외야수들이 많다. 2군에도 1군급 외야수들이 적지 않다. 2군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윤정우는 지난 해 11월 무릎에 고정되어 있던 핀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아직 100% 상태는 아니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날이 따뜻해지면 100%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다. 따지고보면 올해 승부수를 위해 지난 해부터 착실히 준비를 해 온 셈이다.
방망이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다. 윤정우는 “2016년에 KIA에서 1군에 나서며 타격은 어떻게 하면 되겠구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수비나 주루에 전념해 자리를 만든다는 각오다. 무릎 부상으로 망가진 하체 밸런스를 잡는 것이 급선무라 가고시마 2군 캠프에서 이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윤정우는 “심리적으로 극복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마음의 벽을 깨가고 있는 윤정우가 SK 트레이드 퍼즐의 히든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