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서 탈이다. 수술 재활 후 복귀를 앞둔 SK의 좌완 김광현(30)과 김택형(22)의 이야기다. 예상보다 좋은 페이스에 구단도 전략을 다시 짜야 할 판에 놓였다. 행복한 고민이기는 하지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SK다.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히스토릭 다저타운에서 1차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는 SK는 21일(한국시간) 팀의 자체 두 번째이자 1차 전지훈련 마지막 홍백전을 치렀다.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역시 김광현이었다. 팔꿈치 수술 후 지난해를 재활로 날린 김광현은 이날 1이닝 동안 19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무려 150㎞였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만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 150㎞의 강속구를 던졌다는 것은, 김광현 스스로 팔꿈치 상태에 대해 불안감을 떨쳐냈음을 의미한다. 실제 김광현은 구단이 예상하는 것 이상의 재활 페이스로 지금까지 달려오고 있다. 최근 플로리다 전지훈련을 지켜본 염경엽 SK 단장을 비롯, 현지에 있는 코치들은 “김광현의 상태가 아주 좋다”고 입을 모은다.
SK는 김광현의 복귀 시점을 신중하게 저울질했다. 처음에는 “개막부터 당장 합류하기는 어려워도 4월 안으로는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예상이었다. 오키나와에서 열릴 2차 전지훈련 등판도 “되면 좋고, 안 돼도 괜찮다”는 식이었다. 오히려 오버페이스를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키나와 등판은 확실시”라는 전망으로 수정됐다. 지금 상태에서 던지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개막 로테이션 합류도 유력시된다.
또 하나의 기대주인 김택형 또한 역시 상태가 괜찮다. 예정대로 재활 수순을 착실하게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당초 김택형의 1군 복귀 시점을 5월 중으로 잡았다. 불펜에서부터 착실히 몸 상태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페이스라면 이보다 더 빠른 1군 합류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씩 고개를 든다.
빨라지는 복귀 시계를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두 선수는 SK의 마운드를 장기적으로 책임질 자원들이다. 더 완벽해야 한다. 이에 김광현은 수술 당시부터 일찌감치 2018년 이닝 제한을 걸었다. 장기적인 선발 자원인 김택형은 올해는 불펜에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문제는 각론이다. 남은 기간 중 두 선수를 위한 최선의 계획을 짜야 한다.
개막이 다가오는 만큼 조금씩 계획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김광현은 초반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만 등판할 전망이다. 그 중 3월 말이나 4월 초는 아직 쌀쌀한 공기가 남아 있을 때다. 야간 경기는 부담스럽다. 때문에 오후 2시에 열리는 일요일 경기가 김광현의 책임 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택형은 아예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김택형은 오는 24일부터 열릴 오키나와 2차 캠프에 합류하지 않는다. 대신 퓨처스팀(2군) 캠프가 열리고 있는 가고시마로 간다. 아무래도 오키나와는 실전 위주의 캠프다. 반대로 가고시마는 여유가 있다. 아예 열흘 정도 실전 등판을 시키지 않으며 페이스를 조절시킬 계획이다. 그 후 가고시마에서 열리는 네 차례의 연습경기에서 일정 투구수를 소화한 뒤, 시범경기 일정 막판에야 한 번쯤 실전 등판을 할 예정이다. 어쨌든 이 또한 원래 계획보다는 빠르다. SK의 고민, 혹은 기대감도 커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