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김은정 스킵(주장)을 필두로 김경애(서드), 김선영(세컨드), 김영미(리드), 김초희(후보)로 구성된 여자 컬링은 23일 밤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4인조 4강 플레이오프 일본과의 경기에 연장접전 끝에 8-7로 승리했다.
이로써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남녀 컬링 종목을 통틀어 역대 아시아 최고 성적을 확보했다. 유럽 및 북미 국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올림픽 컬링에서 아시아 국가가 결승전에 오른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올림픽 최고 성적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4강서 스웨덴에 4-9로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됐지만 동메달 결정전서 12-6으로 승리해 아시아 사상 첫 메달을 땄다.
한국은 이번 한일전 승리로, 예선에서 당한 유일한 패배를 말끔하게 설욕했다. 한국은 예선 2차전서 일본에 5-7로 역전패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날 패해 24일 열리는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내용도 쫄깃했다. 한일전의 백미인 A매치 축구경기만큼 짜릿했다. 한국은 8엔드까지 7-4로 앞서 손쉽게 결승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9, 10엔드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일본에 추격을 허용했다.
일본은 '스킵' 후지사와 사쓰키를 앞세워 대반격했다. 9엔드 후공서 2점을 따라붙은 일본은 10엔드 선공서도 1점을 따며 기어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7-7 동점을 허용하는 과정서 한국은 '주장' 김은정의 몇 차례 실수가 결정적이었다. 결자해지였다. 김은정은 11엔드 연장 승부서 마지막 스톤을 1번 위치에 놓으며 결승점을 획득, 명승부를 매조지했다.
한국은 오는 25일 오전 9시 5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결승전서 스웨덴과 금메달을 놓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한국은 예선에서 스웨덴을 7-6으로 꺾은 바 있다./dolyng@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