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올라갈 수 있었다. 팬들 덕분에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한일전을 승리로 은메달을 확보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가 올림픽에서 세운 최고 성적이다.
김은정 스킵(주장)을 필두로 김경애(서드), 김선영(세컨드), 김영미(리드), 김초희(후보)로 구성된 여자 컬링은 23일 오후 8시 5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4인조 4강 플레이오프 일본과의 경기에서 연장 혈투 끝에 8-7로 승리했다.
후공으로 시작한 한국은 1엔드에서 3득점, 상쾌한 출발을 알렸다. 2엔드서 일본이 2득점을 내준 한국은 3엔드에서 다시 1득점, 4-2로 리드를 유지했다. 4엔드를 내준 한국은 5엔드에서 김선영의 '1타3피샷'을 바탕으로 2점을 더해 6-3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6엔드에서 1점을 내준 한국은 7엔드를 블랭크(0점) 경기로 만들어 8엔드를 후공으로 가져왔다. 결국 8엔드에서 1점을 더해 7-4를 만든 한국은 9엔드에서 2실점, 10엔드에서도 실점하며 연장으로 돌입했다. 그러나 김은정의 마지막 샷으로 11엔드를 잡아내 역사를 이뤄냈다.
'안경 선배' 김은정 스킵은 "예선에서 유일하게 진 것이 일본이었다. 지고 돌아가는 길이 너무 화가 났다. 다시 준결승에서 일본을 만나게 되서 목표 의식을 심어줬다. 일본이다 보니 더 집중을 하고 다 좋은 샷을 날려 승리할 수 있었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날 한일전은 김은정과 일본의 후지사와 사쓰키의 치열한 스킵 대결이 이어졌다. 김은정은 "후지사와 스킵은 2012년에 대표 후보가 됐을 때부터 싸웠던 선수다. 컨트롤이 좋고 운영이 뛰어난 일본에서 제일 뛰어난 스킵이라 생각한다. 모든 샷이 가장 안정적이다"고 라이벌을 칭찬했다.
이날 김은정은 마지막 승부를 결정짓는 빅 샷을 날렸다. 그는 "이번 올림픽서 드로우 샷이 불안했다. 반드시 이거여 되는 일본전 마지막 샷이 드로우만 아니길 기도했다. 그런데 드로우 샷을 주셔서 망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안했다. 하지만 나는 스킵이다. 이기기 위해 과감하게 샷을 날렸다. 경애가 '드로우 해야 된다'라고 말해서 결단을 내렸다. 정한 이후는 아무런 잡념 없이 웨이트에 집중하며 샷을 날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빅 샷 이후 김은정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을 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쓰고 있단 말이 돌고 있다고 안다. 눈물의 가장 큰 이유는 경북컬링협회와 체육회에서 너무나 지원을 많이 해주고 믿어주셨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왕 온 김에 세미 파이널까지 왔으니 메달 하나 따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치 올림픽에서 탈락한 이후 김은정은 컬링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고 한다. 김은정은 "주니어 때 성적이 안 좋았고, 소치도 성적이 안좋아서 마음이 아팠다. 지원해주신 분들을 실망시켰다고 생각해서 포기할까 생각했다. 내가 잘하면 팀원부터 모든 분들이 잘 되는데 내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에 대해 밝혔다.
김은정은 "당시에는 컬링이 내 삶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엘리트 체육이 아닌 스포츠 클럽으로 시작했기 대문에 더욱 흔들렸다. 하지만 결국은 내가 해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후 멘탈 상담도 받으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 내 인생에서 컬링이 중요하지만, 나 김은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서 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은 25일 오전 9시 5분 같은 장소에서 스웨덴과 결승전을 치른다. 스웨덴은 이날 영국과의 4강전에서 9엔드만에 10-5로 승리했다. 한국은 예선에서 스웨덴을 7-6으로 이긴 바 있다.
김은정은 "결승 상대 스웨덴은 공격적인 샷을 많이 한다. 우리는 기다리는 입장에서 경기하겠다. 관중분들이 응원이 달라졌다. 자원봉사자 분들도 자꾸 사인 해달라고 하신다. 여러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올라갈 수 있었다. 팬들 덕분에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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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