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로 던지자’ SK 퓨처스팀, 야심찬 개조 프로그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2.24 14: 00

불펜에서 공을 던지는 선수들의 호흡이 가빠진다.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매번 전력투구다. 예년에 비해 달라진 투구 프로그램이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SK 퓨처스팀(2군)의 구상이 첫 걸음을 내딛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SK 퓨처스팀은 예년에 비해 사뭇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야수들은 맞춤형 훈련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타격보다는 수비나 주루와 같은 기본기를 중점적으로 지도 중이다. 전체적인 컨디션이 예년보다 훨씬 낫다는 투수들은 변화구를 봉인했다. 아직까지는 모두 빠른 공 위주로 불펜피칭을 소화하고 있다. 제춘모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다음 주에나 변화구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1군 투수라고 하더라도 힘든 프로그램이다. 전력을 다해 빠른 공 20개를 던지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이다. 중간중간 변화구로 완급조절을 하기 마련인데 현재는 ‘금지령’이다. 그렇다고 코칭스태프가 변화구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2군 선수들은 빠른 공을 완성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투수는 절반 이상을 빠른 공으로 던진다. 여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1군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이 구상은 올해 캠프부터 본격적으로 현실화됐다. 처음에는 우려도 있었지만, 서서히 나아지는 선수들의 모습에 다들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제춘모 코치는 “아직 구속을 재는 단계는 아니지만 선수들의 팔스윙이 다 좋아졌다. 예전보다 더 강한 공을 던지고 있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강한 공을 던진다는 것은 스윙을 비롯한 전체적인 매커니즘이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변화구도 자연스레 강해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선수들도 더 강한 공을 던지려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 선수들이 힘든 과정에서 이를 반기는 것은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 법 때문이다. SK 코칭스태프는 강한 공을 던지는 과정을 단순히 ‘세게 던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게 던지는 것은 단순히 부상 위험도만 높일 뿐이다. 때문에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비롯, 밸런스부터 천천히 잡아가고 있다. 당장 화끈한 성과가 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퓨처스팀은 더디더라도 이렇게 간다는 심산이다.
‘강속구’와 ‘홈런’으로 대표되는 화끈한 팀 컬러를 구축한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는 염경엽 SK 단장은 “선수들이 힘으로 던질 수 있는 구속은 정해져있다. 하지만 밸런스로 던지는 것은 굳이 세게 던지지 않아도 그 이상의 구속을 가능케 한다”고 단언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들을 보라. 모두 부드러운 폼과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 던지는 폼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 폼 속의 기본기는 모두 동일하다”면서 이 부분부터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가장 성과가 좋은 선수는 신동훈과 허건엽이다. 두 선수 모두 공을 놓는 힘과 팔스윙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표승은 투구폼의 안정성에서 코칭스태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도 이에 자극받은 눈치가 있다. 당장 즉시전력감을 만들려면 ‘변화구’로 대표되는 지름길을 택하면 된다. 그러나 SK는 1~2년이 더 걸리더라도 정석대로 간다는 계획이다. 물론 선수들이 스스로 이를 느끼고 생각하는 훈련으로 그 시간을 단축하길 바라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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