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남자의 손이었지만 스노보드계의 김연아게 되겠다는 이상호(한국체대)의 작은 다짐이 드러난 사진이다.
이상호는 24일 오후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벌어진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서 네빈 갈마리니(스위스)보다 0.43초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은 잔 코시르(슬로베니아)에게 돌아갔다. 이상호는 4년 전 소치 대회 이 종목 은메달 리스트인 갈마리니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이상호는 한국 설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며 역사를 썼다. 이상호는 4강에서 소치 대회 이 종목 동메달, 평행회전 은메달에 빛나는 잔 코시르(슬로베니아)를 0.01초 차로 물리치고 결승행의 신화를 썼다.
한국 스키 사상 최초의 월드컵 메달에 이어 올림픽 메달까지 가장 먼저 목에 걸면서 우리나라 스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상호는 작은 꿈을 꿨다.
올 시즌 출발은 좋았다.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열린 FIS 유러파컵 우승을 차지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점점 경기력이 떨어졌다.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스스로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일반인과 다른 멘탈을 가진 이상호는 침착하게 준비했다.
이날 예선 1차전에서도 출전 선수 32명 가운데 11위에 그쳤으나 2차 시기에서는 3위에 올았다. 폭발적인 경기력이었다.
은메달을 따고 인터뷰를 실시한 이상호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양 엄지손가락에 오륜마크와 금색 바탕으로 스노 보드 선수를 그려 넣었다. 최근 남자들도 많이 하고 있는 네일아트를 받았다. 선수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분명한 의지가 담긴 네일아트였다. 스노보드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에서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이상호였기 때문에 작은 의미나마 담고 싶었다.
물론 이상호는 '곰' 같은 선수다. 자신이 한번 맞다고 생각하면 크게 주위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 정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노력을 해왔고 치열한 경기력도 선보였다.
이상호는 "선수촌에서 무료이길래 받았다.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받았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한국 동계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설상 종목 은메달을 따낸 이상호는 손톱에까지 굳은 의지를 표출하며 자신감 넘치는 결과를 얻었다.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