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먹은 햄버거, 흡입했어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수호신 신소정(28)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서 평생의 꿈을 이뤘다.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대표팀의 골리로 맹활약한 신소정은 "올림픽은 내 인생의 전부였다. 그것만 꿈꿔왔고 그것만 보고 달려왔다. 항상 동경했던 무대였다"고 했다. 그는 "출전하고 싶어도 계속 떨어지니 나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자력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올림픽에 출전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렸을 적 캐나다로 건너간 신소정은 "올림픽에 나가려면 정말 많은 경험을 쌓고 세계 수준의 선수와 싸워야 한다. 한국에 있으면 훈련 자체가 어려워 캐나다에 가서 도전했다. 운좋게도 캐나다에서 할 수 있었고 많이 경험하고 배운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신소정은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퍽을 막아야 하는 골리다. 중장비로 몸을 보호하지만 퍽을 막다 보면 멍은 기본이고 심하면 뼈에 금이가고 부러지기까지 한다. 신소정은 "보호구가 있는데 심하게 맞으면 붓고 멍든다. 진짜 뼈에 금 가고 부러진 적도 있다. 어렸을 때 오른 새끼 손가락이 부러졌다. 쇄골엔 금도 간다. 욱신거려서 잠도 잘 안온다"고 했다.
신소정은 이번 대회 5경기에 출전해 매 경기 50여 개의 퍽을 온몸으로 쳐냈다. 신소정은 "퍽이 많이 날라오고 위험한 골찬스가 생기다 보니 이걸 최대한 끊어낼 수 있나 걱정했다. 두려움은 없었다. 팬들은 안쓰럽다고 하시는데 나는 되게 재밌었다. 특히 초반엔 압박감이 심해서 내 플레이를 못했는데 일본전부터 재밌게 해서 오히려 슈팅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일본전 석패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소정은 "다 막고 싶었는데 조금 많이 아쉽다. 2011년 일본에 0-29로 패했었다"며 "이제 격차를 많이 좁혔다. 일본이 아시아도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어 올림픽에서 잘하길 바랐다. 우리도 올림픽 이후 빠른 시일내에 좋은 경쟁자가 될 수 있다. 7년 만에 좁혔으니까 나중엔 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소정은 고등학교 때 생을 달리한 아버지 사진을 헬멧에 새겨 올림픽 출전 꿈을 함께 이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특정 인물의 문양을 제재하는 바람에 흰색 스티커로 아버지의 사진을 가린 신소정은 "아버지 얼굴 사진은 지금도 새겨져 있다. IOC에서 가리라고 해서 위에 흰색 스티커를 붙였다. 스티커를 떼면 있다. 경기가 잘 안풀리면 아버지께 도와달라고 마음 속으로 많이 얘기한다. 계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버지도 뿌듯하게 생각하실 것 같다"고 했다.
신소정은 요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올림픽만을 보고 달려왔던 그는 "최종전을 마친 뒤 가장 먼저 햄버거를 먹었다"고 했다. 신소정은 "수제버거는 먹었었는데 제일 좋아하는 빅맥 등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는 몸을 생각해서 아예 안 먹었다. 대학교 1~2학년 때 먹은 뒤로 거의 7년 만에 먹었는데 그때 그맛이 그대로였다"면서 "올림픽에 가면 맥도날드가 공짜라는 얘기를 듣고 올림픽 끝나면 바로 달려가서 먹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먹었을 때 '이 맛이구나' 생각하며 흡입했다"고 웃었다.
올림픽 참가라는 가장 큰 꿈을 이룬 신소정은 "올림픽 최종전이 끝나고 허탈하기도 했다. 이 목표 하나만 갖고 달려왔는데 없어지니 어떤 목표를 잡아야 되나 생각했다. 목표가 없으면 하고 싶어도 최선을 다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 자력 출전이 가장 큰 목표가 될 수 있지만 다시 또 목표를 잡아서 도전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소정은 "아직 폐막식을 안하니 올림픽이 끝났다는 생각이 안든다(웃음)"며 "하루라도 운동을 안하면 불안했는데 며칠째 안하니 불안하다. 그래도 조금 쉬는 게 낫다고 생각해 웨이트장도 안가고 쉬고 있다. 내일까지 즐기고 또 운동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dolyng@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