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할래? 그래."
김은정 스킵(주장)을 필두로 김경애(서드), 김선영(세컨드), 김영미(리드), 김초희(후보)로 구성된 여자 컬링 대표팀(세계랭킹 8위, 감독 김민정)은 25일 오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서 스웨덴(세계 5위)에 3-8로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9엔드서 1점을 내주며 5점 차로 벌어지자 기권했다.
'팀킴'이 아시아 컬링 역사를 새로 썼다. 남녀 컬링 종목을 통틀어 올림픽 역대 아시아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럽 및 북미 국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올림픽 컬링서 아시아 국가가 결승전에 오른 것은 여자 컬링 대표팀이 처음이었다.
하나로 똘똘 뭉친 원팀이 기적의 비결이었다. 여자 대표팀은 '팀킴'으로 주목 받았다. '주장' 김은정의 권유로 친구 김영미와 함께 컬링에 입문했다. 언니 김영미가 컬링하는 모습을 본 동생 김경애가 친구 김선영을 데려오면서 역사적인 '팀킴'이 완성됐다.
다음은 여자 컬링 일문일답.
-지금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
▲(김은정) 우리나라 역사상 첫 메달이고 은메달 획득해 영광이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힘든 일도 있었는데 믿어주신 김경두 교수님과 경북컬링협회의 도움이 있어 올 수 있었고, 한국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다. 결승 상대였던 스웨덴은 너무도 완벽한 게임 보여줬다. 제일 높은 자리 올라갈 만큼 충분한 샷을 보여줬다.
-김은정과 김영미, 2주 동안 휴대폰 없이 지냈다. 유명해졌는데 느낌은.
▲(김영미) 아직 감독님한테 받지 못했다. 자원봉사자 호응해줘서 인기가 많아졌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김은정) 저도 같은 상황이다. 분위기는 처음과 결승전 할 때 호응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졌다.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모르겠다. 빨리 인터넷 켜봐야 알 것 같다. 확실히 응원, 쪽지, 선물도 주셔서 감사하다. 인기보다 한국 컬링을 이만큼 관심 있게 지켜봐주신 것 자체가 큰 행복이다. 감사한 일이다.
-김민정 감독과 김은정, 지금까지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김은정) 그냥 소소하게 힘들 때가 많았다. 일단 김은정이라서 맨날 은메달만 따서 김금정으로 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승에서 진 적도 많다. 우스개소리로 큰 대회 은메달도 만족한다고 얘기했는데 막상 그렇게 되니까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톱 클래스 가고 싶은데 떨어질 때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팀이 흔들리는 게 꽃을 피우기 위해서 그렇다고 말하며 서로 다독였다. 끝까지 해볼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갔다. 열심히 노력해서 올림픽 선발됐는데 저희가 생각한 만큼 순탄치 않았다. 올림픽 준비하는 동안, 여태까지 노력하고 선발전 마쳤는데 꽃길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 우리는 더 힘들어졌지 생각했다. 우릴 더 힘들게 하는 분이 더 많은 것 같은, 응원보다 더 많았다. 그래서 힘들었다.
▲(김민정 감독) 은정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사실 저희가 국가대표 선발이 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시기상 저희한테는 훈련에 좀 더 집중할 적기였는데, TF팀 등 여러 문제들이 경기력 향상 시킬 시간을 놓치게 돼 힘들었다. 지도하는 입장에선 가능한 변수를 줄이고 경쟁력 있는 팀 만들기 위해, 10년간 이끌어주신 김경두 교수님이 노력하셨는데, 정작 선발되고 과정이 힘들다보니까 이 선수들을 어떻게 하나 고민을 했다. 어떻게 보면 선수들한테 한 번 밖에 오지 않는 기회였는데 안타깝게 생각했다. 팀 내 자구책으로 해결했고, 감정적으로 울컥하는데 선수들이 힘들어도 잘 따라줬다. 팀이 다 같이 뭉쳐서 이겨냈다. 그런 부분에서 감사하다. 한국에서 뭔가 개척한다는 것이 힘든 일이다. 그러면 개척한 분에 대한 존경의 표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저희가 노력했고, 새 역사도 썼고, 말한대로 최고 자리 오르지 못했지만 도전할 기회 잡았다. 앞으로도 도전자로서 최선 다할 생각이다.
-팀킴이 만들어진 과정은.
▲(김영미)의성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컬링장이 생기고 체험학습했다. 은정이가 컬링을 하고 싶어했는데 1명을 더 데려오라고 해서 쪽지로 '같이 할래? 그래' 라는 것이 시작이었다. 몇 개월 후 클럽 대회가 있었는데 두고 온 게 있어서 동생이 가져다주면서 고등학교 김경석 선생님이 여자 중등부도 만들자고 했다. 동생이 친구 3명을 데려오라고 해서 동생이 칠판에 모집을 해서 선영이가 같이 했다./dolyng@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