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들이 이름을 불러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개명 생각 없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갈 것 같다."
김은정 스킵(주장)을 필두로 김경애(서드), 김선영(세컨드), 김영미(리드), 김초희(후보)로 구성된 여자 컬링 대표팀(세계랭킹 8위, 감독 김민정)은 25일 오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서 스웨덴(세계 5위)에 3-8로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9엔드서 1점을 내주며 5점 차로 벌어지자 기권했다.
'팀킴'이 아시아 컬링 역사를 새로 썼다. 남녀 컬링 종목을 통틀어 올림픽 역대 아시아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럽 및 북미 국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올림픽 컬링서 아시아 국가가 결승전에 오른 것은 여자 컬링 대표팀이 처음이었다.
하나로 똘똘 뭉친 원팀이 기적의 비결이었다. 여자 대표팀은 '팀킴'으로 주목 받았다. '주장' 김은정의 권유로 친구 김영미와 함께 컬링에 입문했다. 언니 김영미가 컬링하는 모습을 본 동생 김경애가 친구 김선영을 데려오면서 역사적인 '팀킴'이 완성됐다.
김영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국민영미'가 됐다. 김영미는 "이름을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셨는데 옛날 이름이라 마음에 안들어서 개명도 생각했다"면서도 "관중들이 이름을 불러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개명 생각 없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여자 컬링 대표팀의 공식 기자회견 전문.
-김민정 감독, 어려운 점.
▲(김민정 감독) 아직까지 한국에서 컬링은 대중적으로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성장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됐는데 2014년부터 관심을 받았다. 몇 십년 동안 거의 힘들게 훈련을 해왔다. 가시밭길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연결되는 부분이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뜻을 같이 하고 방향성 있게 미래를 볼 수 있는 컬링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결과를 보여드린 것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종목이다. 후배들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에서 컬링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여러가지 기준들이 합리적이지 않다. 스포츠의 최고 가치는 공정함인데 그 부분에 있어 선수들과 지도가자 의문이 있으면 고치면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김은정, 팀킴의 다음 도전은. 김영미, 가장 유명한 선수가 됐는데 이름이 맘에 드나.
▲(김은정) 팀킴은 앞으로도 계속 갈 것이다. 이번 대회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해서 더 특별한 일을 꿈꾸기보다는 평소 했던 훈련을 똑같이 할 것이다. 아마 다음 올림픽까지 똑같이 훈련해서 한 번 더 도전할 것이다. 아쉬운 은메달일 수도 어마어마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다음 올림픽과 월드 챔피언십 등 많은 대회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할수 있는 한 끝까지 도전하고 싶다.
▲(김영미) 이름을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셨는데 내 생각에 옛날 이름이라 마음에 안들어서 개명도 생각했다. 관중들이 이름을 불러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개명 생각없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갈 것 같다.
-김민정 감독과 김은정, 가장 먼저 바뀌어야 될 점은.
▲(김은정)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나름의 목표를 향해 한 단계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막상 대부분이 힘들게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컬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가 생기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선수들이다. 경기장에 들어서도 해내야 하는 것도 선수다. 지금까지는 선수들을 괴롭힌 것 같다. 정말 힘든 점이 많았다. 컬링이 인기가 많아지고 관심이 많아지면 안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민정 감독) 현재 시스템은 마음 놓고 훈련할 시스템이 아니다. 세부적으로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노력해서 올라올 수 있었는지, 이 꿈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왔는지 관심 깊게 봐주시면 향후 한국 컬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감히 말씀드린다. 리더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한국 컬링의 모든 것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 컬링이 인기 있고 가족적인 스포츠와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성장하길 바란다.
-예선 때보다 스웨덴전에 공격적으로 못했는데.
▲(김은정) 예선에서 초반 엔드에 많이 공격적으로 갔는데 하루에 경기가 많이 있던 날에는 초반에 공격적으로 갔을 때 유리했다. 준결승 이후 결승까지 하루의 텀을 두고난 뒤에는 초반 엔드에 이끌고 가는 게 되게 힘들다고 느꼈다. 하루 정도 쉬고 첫 경기를 할 때는 상대에 따라 공격적으로 갈지, 몸을 풀고 갈지 의논했다. 그래서 그런 작전이 나왔다. 조금의 실수가 나왔는데 2~3엔드로 가서는 찬스를 많이 못살린 게 문제였다. 타이트하게 경기를 이끌었다면 당연히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실수를 한 뒤 스웨덴이 방어적으로 하면서 우리가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하지 못했다.
▲(김민정 감독) 경기수에 따라 변화를 줬다. 오늘은 초반 엔드를 잘 끌었다면 조금 더 좋은 경기가 가능했다. 웨이트에 문제가 있어 실점했다. 스웨덴은 워낙 실수 없이 정말 잘하는 팀이다. 약간의 실수로 결과가 달라졌지만 그래도 괜찮은 경기였다.
-고향 의성 팬들에게 한 마디.
▲(김선영) 평소에도 응원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번에 더욱 많이 해주셔서 더욱 감사하다. 고향 사람이라고 의성 사람이라고 응원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dolyng@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