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컬링 역사를 바꾼 여자 컬링 대표팀에 대한 외신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 중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 '한국의 마늘소녀들은 금메달을 놓쳤지만 올림픽 컬링 영웅이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여자 컬링 대표팀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얼마나 핫이슈였는지 소개했다.
김은정 스킵(주장)을 필두로 김경애(서드), 김선영(세컨드), 김영미(리드), 김초희(후보)로 구성된 여자 컬링대표팀은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4인조 결승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3-8로 패했다.
이로써 여자 컬링은 은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림픽 컬링 종목에서 아시아 국가가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물론 은메달까지 차지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이에 WP는 "꿈꿔왔던 결과가 아닐 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갈릭걸스로 불리고 있는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은 개최국에 실망을 안기지 않았다"면서 "사실 은메달만으로도 개최국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WP는 경기도 부천에서 경기장을 직접 찾아 응원한 김대정(25, 학생) 씨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김 씨는 "컬링대표팀은 한국의 희망이 돼 왔다"면서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영감을 받고 있다. 한국이 컬링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정말 대단한 대회였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대회 전만 해도 컬링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14년 소치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예선 라운드로빈을 탈출하지 못했고 3승(6패)에 그쳐 이번 대회에서도 많은 기대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최강 캐나다를 이기는 충격 속에 컬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사는 대표팀 중 4명이 마늘 생산지인 경북 의성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마늘소녀들'이라는 애칭도 얻게 됐지만 '팀 킴(Team Kim)'으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도 소개했다.
컬링을 가져 온 다양한 패러디물도 소개했다. 컬링이란 단어를 이용한 영화스타일의 포스터와 영화 제목이 유행하면서 대표팀은 K팝 스타급의 인기를 누렸다고 전했다. 김은정이 외치는 "영미! 영미!"는 국가적인 구호가 됐고 김은정의 표정도 화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정작 그들이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조차 몰랐다고 기사는 전했다. 대회 기간 중 휴대폰을 맡겼고 TV시청까지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대표팀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날로 높아졌고 관중석에서는 "영미"와 "화이팅"을 외치며 응원에 나섰다.
WP는 김은정이 "우리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른 적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대표팀은 그런 소음 속에서도 집중하는 법을 배웠고 관중들도 응원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은정은 "나는 '이런 엄청난 응원을 받고 있는데 우리가 못할 게 뭐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WP는 결승전이 끝난 후 여자 컬링팀이 경기장 밖으로 떠나자 홈 관중들은 엄청난 환호를 보내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마늘소녀들이 결승전에 진출했다는 것에 놀랐다면 그들이 자신들의 휴대폰을 켜는 순간 얼마나 놀랄지 상상해보라"고 글을 맺었다. /letmeout@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