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보이' 이상호(한국체대)가 팬들의 궁금증에 입을 열었다.
이상호는 지난 24일 오후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서 한국 설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상호는 한국 설상에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따는 기적을 일궜다. 이상호는 지난해 삿포도 동계아시안게임서 2관왕을 달성한 데 이어 올림픽 은메달로 아시아 톱을 넘어 세계적인 스노보더 반열에 올랐다.
이상호는 25일 오전 코리아하우스서 열린 기자회견서 "이번 올림픽서 확신보다는 나와 코치님 모두 연습대로만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임했다"고 비결을 전했다.
이상호는 "배추밭을 개조한 곳에서 스노보드를 탄 게 첫 시작이었다. 정말 좋아하고 즐길 수 없는 것이면 끈기 있게 못하는 편이라 쉽게 포기한 것들이 많은데 스노보드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재밌었다. 그 재미를 배추밭에서 처음으로 맛보게 됐다"고 말했다.
배추보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삿포로서 2관왕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많이 불러주셨다"며 "배추보이는 여기에 올라오기까지 나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닉네임"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상호는 좋아하는 스노보드 때문에 웃고 울었다. "체력적으로 아무리 힘들고, 훈련 여건과 날씨가 안 좋아도 내가 스노보드를 탈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다 극복하고 정말 행복할 수 있었다. 스노보드 때문에 행복했던 적이 많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스노보드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스노보드를 타면서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행복해졌다."
꿈 같은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이상호는 "어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자려고 누우니 일어나면 꿈일 것 같아 자기 무서웠다"며 "메달 자신감은 있었지만 막상 따고 나니 믿을 수 없고 너무 기뻤다"고 했다.
4강에서 0.01초 차로 상대를 이긴 이상호는 "불리한 블루코스를 탔지만 마지막 피니시 때 '이건 모르겠다' 싶었다"며 "다치더라도 손을 조금이라도 뻗어서 0.01초라도 빨리 들어오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상호는 한국 스키가 올림픽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1960년 스쿼밸리 대회 이후 58년 만에 숙원인 메달을 수확하며 대한스키협회로부터 2억 원의 포상금을 받게 됐다. 이상호는 "아직은 나한테 들어오지 않은 돈이다. 포상금을 받기는 하지만 내가 관리하고 사용하기엔 너무 큰 돈이라 부모님께 관리를 부탁드릴 것"이라며 "나중에 선수 생활을 하며 조금 더 좋은 쪽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dolyng@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