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재원이를 신인 때부터 지켜봤는데요. 이런 모습은 정말 처음입니다”
KBO 리그 역대 최고의 포수로 뽑히는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는 굳이 반으로 잘라 따지자면 다소 엄격한 이미지의 지도자다. 선수 평가에 있어 냉정한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 코치의 입에서 칭찬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올해 SK의 주장으로 선임된 주전 포수 이재원을 보는 시선이 그렇다. 이재원에 대한 기대감이 절로 커지는 이유다.
지난해 공·수 모두에서 슬럼프를 겪은 이재원은 독하게 2018년을 준비했다. 다른 주전 선수들이 쉬는 시점인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참가를 자청하는 등 자존심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체력적·기술적 문제를 보완함과 동시에 피나는 노력 끝에 10㎏ 이상을 감량했다. 비활동기간에도 체중 관리를 통해 홀쭉한 모습으로 캠프에 합류, 코칭스태프 및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의지와 각오는 성과로 이어졌다.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 당시 최우수선수(MVP)였다. 주장 완장을 찬 만큼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생각도 강하다. 이런 이재원의 의지에 박 코치도 신이 난다. 덩달아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역 시절 신인 당시의 이재원을 기억하는 박 코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고 단언했다.
박 코치는 “체중을 뺀 뒤 유지하기가 힘든데 너무 잘했다.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전체적인 몸의 스피드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아무래도 FA도 있고, 주장의 책임감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이재원의 현 상태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물론 실전에서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상태로 잘 되면, 올해는 성적 측면에서도 정말 잘 될 것”이라고 대박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고무된 박 코치는 배려도 하고 있다. 26일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 이재원은 경기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덕아웃에서 큰 목소리로 응원만 할 뿐이었다.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이것도 계산된 것이다. 박 코치는 “두 번째 경기(27일 요미우리전)부터는 주전으로 나가고, 매 경기 뛸 예정”이라면서 “주전 포수 아닌가. 시차 적응에 있어서도 좀 더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원은 올해 SK의 키 플레이어 중 키다. 기본적으로 주전 포수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뛰어야 한다. 이재원이 원래의 타격 페이스를 찾는다면 SK 타선의 짜임새도 강해진다. 여기에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재원은 성실하고, 진지하게 이 과제를 풀어가고 있다. 박 코치의 설렘이 현실이 된다면 SK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플로리다 1차 캠프 MVP를 수상할 당시의 이재원.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