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은 김원형 코치가 롯데에 부임한 뒤 맞이한 첫 시즌이었다. 2016시즌이 끝난 뒤 마무리캠프부터 참가해 '조원우호'에 몸을 실었다.
김원형 코치의 손길이 닿은 SK 투수진도 차근차근 성과를 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제는 그 손 끝을 롯데 투수들에게 향해야 했다. 그리고 부임 후 첫 시즌. 김 코치는 물음표만 가득했던 롯데 투수진의 성장과 결과를 모두 이끌어냈다. 혹자들은 이를 '원형 매직'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는 팀 평균자책점 리그 3위(4.56)에 올랐고 탈삼진 최다 2위(1096개), 볼넷 최소 3위(477개), 이닝 당 출루(WHIP) 최저 3위(1.42) 등 전체적인 투수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박세웅과 김원중, 박진형 등 영건 투수들의 성장과 송승준, 손승락 등 베테랑들의 부활도 김 코치의 공로를 빼놓고 얘기하긴 힘들었다.
지난 시즌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됐다. 김원형 코치도 투수진 새 판을 짜야하는 고뇌의 시기에 다시 돌입했다. 기본적인 구상은 있지만 이 구상이 시즌에 돌입했을 때는 어긋나는 것이 일쑤다. 어떤 변수들이 어느 상황에서, 어느 시점에 터질 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구상과 대안들을 생각해 놓아야 한다.
선발진은 일단 브룩스 레일리-펠릭스 듀브론트-박세웅-송승준-김원중의 5인 체제로 흘러간다. 불펜진 역시 마무리 손승락과 박진형은 고정이다. 선발 예비 자원들과 불펜의 다른 퍼즐은 김 코치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필승조 역할을 했고 올해도 불펜에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조정훈이 1군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해 7년 만의 1군 마운드에 복귀했고 팔꿈치와 어깨 등 수술을 도합 4차례나 받았기 때문에 스스로도 조심스러운 경향이 있다.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현재는 2군 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변수가 일찍이 찾아온 셈이다. 많은 대안들이 있다. 조무근, 구승민, 진명호 등 우완 투수들 자원들이 질적 양적으로 충원됐다. 그러나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현재 스프링캠프까지 김원형 코치가 끊임없이 관찰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얘기를 나누는 선수들은 장시환(31)과 박시영(29)이다.
장시환은 지난해 kt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한 자원. 필승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기대를 결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승리를 지키는 상황보다는 추격조 혹은 다소 큰 점수 차의 경우에 마운드에 올랐다. 박시영 역시 2016년 박세웅, 박진형과 함께 나란히 기대를 모았던 자원이고 필승조로 지난 시즌을 맞이했다. 그러나 결국 필승조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고 1,2군을 오가는 처지가 됐다.
김원형 코치가 이들을 기대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가능성을 보여줬고, 앞으로의 잠재력도 크기 때문. 장시환은 필승조에서 활약이 가능하고 박시영의 경우 불펜 한 자리 혹은 선발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안 좋았던 성적보다는 밝아올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당시 김원형 코치는 장시환에 대해 "(장)시환이가 좋은 자질을 갖췄지만 기대보다는 성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 스스로도 욕심이 난다"고 말했고 포크볼과 커브의 활용도를 설명하는 등 의욕을 내비쳤다. 박시영에 대해서도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기에 그것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투구 폼, 밸런스 등을 모두 새롭게 바꿔가는 과정이다"고 밝했다. 장시환과 박시영도 이런 김 코치의 의욕에 보조를 맞추며 묵묵히 따라왔다.
아직은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시환은 지난 22일 자체 청백전에서 1이닝 3K 퍼펙트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지난 26일 SK와의 연습경기에서는 1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부진했다. 박시영은 22일 청백전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26일 SK전도 1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이제 막 연습경기에 돌입했다. 비시즌 간의 성과를 확실하게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 김원형 코치는 두 선수를 비롯한 롯데 투수진에 어떤 새로운 마법을 부리게 될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