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무공해 힐링 영화가 등장했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혜원(김태리 분)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분), 은숙(진기주 분)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영화.
임순례 감독의 4년만의 복귀작인 ‘리틀 포레스트’는 영화 전반에 임순례 감독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그대로 녹아있다.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한국적인 감성이 더해져 원작과는 또 다른 정서를 표현한다. 내용의 기본 토대는 다르지 않지만 원작보다는 친구들과의 우정에 조금 더 비중이 실려 청춘 영화의 느낌도 자아낸다.
혜원이 고향으로 내려온 후 다시 뭉친 세 친구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를 자아낸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직해 회사를 다니다 과감히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한 재하는 혜원의 옆에서 무심한 듯 다정한 ‘남사친의 정석’을 보여주며 든든한 위로가 되어주고, 고향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 없이 농협에서 일하는 은숙은 엉뚱 발랄한 면모로 극에 생기를 더한다.
이 세 친구들이 사계절 동안 함께 일하고 먹고 어울리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아련한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일종의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계절 별로 농작물을 심고 다듬고 요리하는 것에만 오로지 집중하는 혜원의 단순한 삶은 복잡한 도심에 사는 우리들의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영화 속에서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는 혜원의 각양각색의 요리는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음식이 튀겨지거나 보글보글 끓는 소리부터 시골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형형색색의 음식 비주얼은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혜원이 고향으로 내려와 처음 먹는 배춧국을 시작으로 생소할 수 있는 크림브륄레나 사과꽃 파스타까지 고정관념을 깨는 요리들은 원작과는 다른 ‘리틀 포레스트’만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 크지 않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리틀 포레스트’는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범죄, 수사물이 대세가 된 한국 영화에서 작은 쉼터가 되어준다. 영화 내내 그려지는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맑게 해주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또한 청춘들이 가질 수 있는 고민과 문제들을 최대한 담백하게 풀어낸 영화는 청춘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자아낼 듯하다. /mk3244@osen.co.kr
[사진]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